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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 동요하자 미서 안절부절/화ㆍ전 교차되는 페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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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봉쇄 효과없고 군사응징 무리/전의 과시는 선거ㆍ외교를 의식한 것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최근 잇따라 강력히 시사하고 있어 페르시아만에 전운이 짙어지는 느낌을 갖게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반드시 대 이라크 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은 속단인 것 같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29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계속 점령할 경우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강경발언으로 미 공격발언포문을 열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30일 의회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내의 한계」를 강조,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한편 지난주 체니 국방장관의 미군 10만명 추가파병 발표에 이어 파병미군의 상륙훈련이 개시됐다.
미 언론들도 군사행동 임박설등을 잇따라 보도,확전무드를 확산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한목소리」로 위기감을 높여가고 있는 미국 의도가 무엇인지,경고들이 정말로 현실화될지는 그러나 단언하기 어렵다.
현 단계에서 한가지 분명한게 있다면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와 주변의 외교노력이 실패해왔고,그렇다고 당장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응징할 수도 없는 현실에 직면,미국은 표류중이라는 사실이다.
원론적으로 볼 때 미국은 무언가 다음 조치를 행동에 옮겨야할 단계다.
20만명이 넘는 전투병력의 파견도,국제협력속의 경제봉쇄도 이라크를 굴복시키지 못하는게 판명됐다면 이제 대안은 무력사용이라는 결론을 내림직도 하다.
게다가 날씨도 서늘해져 사막전 조건이 호전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적 대 이라크 포위망에 균열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더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개연성들을 충분히 감안해본다 하더라도 최근의 미측 동향들이 곧바로 개전으로 이어지는 서곡이라고 속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강경대응들이 소련과 프랑스가 독자적인 해결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때맞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은 내심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것은 미국 자신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ㆍ불 등이 화해중재자로 결정적인 역할을 맡고 나서는데 대해 페르시아만에 대한 영향력과 관련,흔연히 환영하고 나서지 않는 자세다.
따라서 최근의 대 이라크 강성발언은 소ㆍ불 등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사태의 주도권을 미국이 견지하겠다는 입장표명으로 풀이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강공은 또 점차 약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 대 이라크 경제봉쇄망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특히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균열과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ㆍ이집트 등 온건 아랍국가들을 다그치려는 단호한 의지의 표명(윌리엄 터틀러:미 워싱턴 국방대학 중동문제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미 사우디가 지난달 27일 쿠웨이트 영토 일부 할양등과 같은 「아랍권 자체해결방식」을 흘리고 있고 이집트도 중재역에 나섰던 소 대통령 프리마코프 특사에게 「평화적 해결방안 선호」의 유화적 자세를 보이는등 아랍권내 미 동맹국들이 동요의 기색을 보이고 있다. 미측으로서는 독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의 임전태세 공언은 이러한 외부상황 보다 국내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미국은 오는 6일에 중간선거라는 중대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매파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킴으로써 중동파병의 정당성을 확보,민주당측의 역공을 제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파병초에만 하더라도 70%를 웃돌던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50%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 역시 미 행정부의 강성대응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강경분위기를 계속 견지,이미 지난달 29일 유엔으로 하여금 대 이라크 9번째 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키게 하는등 유엔을 원격 조종해나가면서 장차 있을지 모를 이라크와의 전면전을 대비한 명분축적용으로 분석해볼 수도 있다.
어쨌든 미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전의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다목적용으로 풀이된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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