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9)오존층 파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공해는 이제 중요한 국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오염원이 쉽게 이웃나라로 이동할 뿐 아니라 지구전체의 환경에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생태계 파괴는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 원인과 피해 정도가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범지구적 차원으로 생태계 파괴를 규제할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실질적인 규제가 시작됐다.
현재 국세 환경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은 ▲오존층 파괴 ▲지구 고온화 ▲산성비 ▲열대림 파괴 ▲사막화 ▲종의 멸종 ▲해양오염 ▲유해 폐기물 이동 등이다.
이중에서 오존층 파괴는 현재 위협적으로 진행중인 것이 확인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

<지금도 계속 진행>
지구 오존층 파괴 문제와 이를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는 지구 생태계 보호의 시급성을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좋은 실례다.
그것은 또 국제적 환경 규제의 기득권 유지적 성격과 현실적인 힘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는 국제 환경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의 준비 부족과 대책 수립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구 오존층 파괴는 지난 85년 남극 상공의 오존층에 미국 대륙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대 문제로 주목받게 됐으며 조사결과 지구 전체의 오존층이 계속 감소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상 20∼30㎞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태양의 해로운 자외선이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도록 일부를 차단해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오존이 1% 감소하면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은 2%증가한다.
자외선이 그대로 지표면에 내리쬐게 되면 인체의 유전자와 면역 체계를 파괴시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또 농작물과 수산물의 성장을 방해하며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미국 환경보호청의 연구에 의하면 오존이 l% 감소하면 백내장은 93∼0.5%, 피부암은 3%정도가 늘어난다.
과학자들의 조사결과 오존층의 감소율은 북반구의 경우 지난 20년간 연평균 l.7∼3%라는 막대한 규모였다. 그 주범은 염화불화탄소(CFC)인 것으로 밝혀졌다.
CFC의 상품명은 프레온으로 냉방·냉동 장치의 냉매, 스프레이의 분사제, 전자·정밀부품의 세정제, 플래스틱 제품의 발포제 등으로 널리 쓰인다.
프레온가스는 성층권에서 지표면보다 훨씬 강한 자외선에 의해 분해돼 염소 원자를 방출하며 염소원자는 성층권에서 오존분자와의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면서 오존을 계속 파괴해 나간다.

<피부암 3%늘어>
프레온가스의 생산은 70년대부터 급증했으며 현재에도 세계에서 연간 1백만t이 생산돼 이중 70만t이 대기중에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윤용 박사는 『프레온이 성층권에서 오존을 파괴하는 잔류기간은 l백년이 넘는다』고 말하고『남극의 오존 구멍은 2000년까지 프레온의 소비를 완전 중지해도 그 50년 뒤에야 겨우 치유될 수 있다는 게 올해 발표된 영국의 성층권 오존 검토 그룹 과학자들의 분석』이라고 규제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오존 파괴 문제에 국제적으로 공동 대처하기 위해 지난 87년 유엔 환경계획(UNEP)주관으로 선진공업국들을 중심으로 오존층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돼 89년 1월부터 발효됐다.
이 국제조약의 골격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들의 목록을 만들어 이들의 생산과 소비를 연차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내용이다.
의정서의 규제 물질은 당초 5종의 CFC, 3종의 할론 등 8종이였으나 계속 숫자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가입국 회의에서는 10종의 CFC와 사염화단소·메틸클로로포름 등을 추가, 규제 물질수를 모두 20종으로 늘렸다.
할론은 소화기의 재료며 사염화탄소는 CFC의 원료 및 드라이클리닝제, 메틸클로로포름은 각종 용제와 전자 제품 세척제 등으로 쓰인다.
규제 물질의 소비 및 생산량은 86년 생산 및 소비량을 기준으로 CFC 11등 5종은 93년까지 동결하고 95년 50%, 97년엔 85%를 감축하며 2000년에는 사용을 전면 중지토록 규정돼 있다.
할론과 여타 CFC·사염화탄소 등도 2000년까지, 메틸클로로포름은 2005년까지 전면 사용 중지토록 하고있다.
그러나 이 의정서는 86년의 규제 물질 사용실적을 기준으로 국가별 기본 사용량을 정하도록 하고있어 이미 많은 양을 써온 선진국들의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불평등한 협약이다.
개발도상국들의 경각심도, 지식도, 국제적 영향력도 부족함을 이용해 처음부터 선진공업국 위주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86년에 미국은 45만5천t을 사용해 전세계 사용량의 37%를, 유럽공동체 국가들은 44만t으로 36%, 일본은 15만t으로 12%를 각각 차지했다. 이밖에 소련 등 동구권 국가들이 10%를 차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 CFC 사용량의 5%안팎을 점유하는 우리나라 등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으나 의정서를 개정할 영향력은 없는 형편이다.
지난 6월 회의에서 개발도상국들이 비상업적 방식의 기술이전을 의정서에 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선진국들이 끝내 거부한 것이 그 예다.

<규제의정서 채택>
현재 가입국은 주요 선진국 전체를 포함, 57개국에 이르며 지난 6월의 제2차 가입국 회의에선 그동안 불평등조약이라며 가입을 유보해 왔던 중국과 인도마저 가입의사를 밝혔다.
미가입국에 대한 무역규제는 규제 물질과 규제 물질 포함 제품, 규제 물질 사용 제품의 세종류에 대해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계속 가입을 미루고 있을 경우 93년부터는 CFC를 사용하는 에어컨이 달린 자동차·냉장고·분사제를 이용하는 각종 화장품과 약품 등의 수출 길이 막힌다는 뜻이다.
또 95년부터는 반도체칩·시계·카메라렌즈 등 프레온을 세척제로 사용한 정밀제품의 수출이 막히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가입은 필연적이나 이를 위해서는 CFC의 사용량이 계속 늘고있는 추세 속에서 오히려 소비를 급격히 축소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산업 전반에 충격>
정부는 무역 규제 시작 직전인 92년말까지는 의정서에 가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2년이란 기간은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이기에는 너무 짧아 앞으로 산업 전반에 큰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정서의 주된 규제물질인 CFC의 경우 이를 사용하는 업체가 l천4백여개에 연간 소비량만도 2만5천t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CFC시장은 4백50억원에 이르며 CFC를 사용하는 제품의 시장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상공부 정밀 화학과의 송재근 과장은 『선진국에서 개발한 대체 물질의 값은 기존 물질의3∼5배로 그 자체도 문제지만 물질이 달라지면 사용 설비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대 비용은 엄청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규제물질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오존층 보호를 위한 특정 물질의 제조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고 CFC 대체 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법률안은 아직 국회 제출도 되지 않았고, 센터는 9월27일에야 발족됐다.
센터는 선진국들이 이미 개발한 대체 물질 중 5종 이상을 96%년까지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나 95년까지 기존물질의 소비를 86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일정에 비추어 뒤늦은 출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통산성에 프레온 등 규제 대책실을 설치해 본격 대처 태세를 갖추고 있다.

<허술한 정부대책>
그러나 우리는 오존 파괴 물질 규제 문제를 상공부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이 겨우 88년부터며 그나마 담당자는 지금도 사무관 한명 뿐이다.
이 같은 사정은 환경처와 외무부에서도 동일하며 그나마 전담이 아닌 업무의 일부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환경대책이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데다 국제적 규제 동향에 대한 보고를 강 건너 불 보듯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칠 국제 환경 문제로는 지구 온실 효과를 막기 위한 국제 기후 조약과 국가간 산성비 책임 분쟁이 있다』고 말하고 『오존층 문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정부 각 부처간, 그리고 관계 부처와 학계 사이의 협조 자세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글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