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동차 3사 신형차 판매전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신중형 세단 에스페로 탄생」대우 자동차 본사 사옥은 물론 부평공장·판매점에는 4년여의 개발 끝에 새로 선보인 신형차 포스터가 곳곳에 걸려있다.
현대자동차도「인간 존중의 승용차 시대」를 선언하는 새로운 차종을 개발, 「휴먼터치 세단 엘란트라」를 알리는 광고로 대우의 에스페로에 맞서고 있다.
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승용차 판매전은 과거 무조건 많이 팔고 보자던 밀어내기 식에서 최근에는 좋은 신형차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형대로 바뀌고 있다.

<현대>
자동차업계의 선두주자답게 올해 스쿠프·엘란트라를 잇따라 선보인 현대는 내년 중에도 대형차인 그랜저의 대체 차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의 신차 개발 전략은 X-Y-L로 이어지는 소형·중소형·중형·대형의 각 라인별로 진행되는 게 특징. 예를 들어 스쿠프의 경우는 포니 엑셀로 시작된 X라인과 같은 종류이며 엘란트라는 중·소형라인인 J카 계획의 첫번째 작품이다.
또 Y2카로 이름지어졌던 소나타는 Y1인 스텔라를 대신한 작품이고 그랜저는 대형차 계획인 L카 개발 계획에 따라 선보인 차종이다.
현대가 이처럼 각 라인을 설정해놓고 신차를 개발하는 것은 각 라인별로 차체나 배기량이 비슷해 공장 설비를 조금씩만 바꾸어도 돼 경비가 훨씬 절약될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최근 새로 선보인 엘란트라는 J카 계획의 첫 작품으로 4천1백억원이 투자됐지만 스쿠프의 경우는 X라인의 기본 설계 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큰 신규 설비 투자없이 5백20여억원의 개발비만 소요됐다.
현대는 이처럼 라인별 신차 개발 체계를 완성함에 따라 무더기로 신차를 쏟아 부음으로써 대우나 기아의 시장잠식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신차 경쟁을 촉발시킨 것이 현대이고 보면 현대는 수성의 수준을 넘어 아예 자동차 시장을 먹겠다는 야심을 꿈꾸고 있는 측면이 있다.
현대는 앞으로의 신차 개발에 있어 특히 엔진의 성능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동안 일본 등이 개발한 엔진을 본뜨던 것을 내년부터 한국형 엔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특히 대형차량에 있어서는「머큐리 세이블」등 수입차량이 많이 나가는 이유가 충돌시 충격 흡수장치인 에어백(AirBag)때문인 것으로 보고 현대의 신차종도 에어백 시스팀을 장착할 계획이다.

<대우>
대우 자동차 부평 공장 안에 있는 대우기술 연구소는 공장 종업원들도 들어갈 수 없는 출입 금지 구역이다.
이 곳은 4년1개월간의 진통 끝에 첫 고유 모델인「에스페로」를 낳은 곳이다.
지난 23일부터 출고되기 시작한 새 중형 승용차 에스페로에 거는 대우자동차의 기대는 남다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소형은 현대, 중·대형은 대우」라는 일반의 인식과 함께 국내중형차 시장의 50%이상을 차지했던 대우는 최근 중형차 점유율이 20%대까지 떨어지는 부진 속에 올 상반기에는 국내시장 2위의 자리까지 기아에 내주고 말았던 것.
대우는 이에 따라 에스페로를 통해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온 중형차 시장을 되찾음으로써 내수 시장 실지회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대우는 이 차를 만들기 위해 개발비용 3백50억원과 설비설치비 등 1천4백억원을 들였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차 디자인 전문회사로부터 차 모양에 관한 기술지원을 받았고 미·캐나다·호주 등지에서 각종 국제시험도 거쳤다.
대우는 이와 함께 에스페로와 거의 같은 시기인 지난 86년부터 착수한 DOHC엔진의 개발도 거의 마무리 단계만을 남겨 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자체 개발한 DOHC엔진을 에스페로에 얹겠다는 계획으로 대우는 내년이 중형차 시장을 되찾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기아>
『프라이드를 팝시다.』
지난 87년 승용차 생산을 재개하면서 첫 작품으로「프라이드」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3년여 동안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고있는 기아그룹 직원들의 아침인사 구호다.
기아의 신차 개발 전략은「돌다리를 두드리는 신중함」에 비유될 수 있다.
새 차가 가져오는 판촉 효과의 이면에는 자칫 실패로 돌아갈 경우의 위험부담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쟁 타사가 신차 개발에 열중하는 동안 기아는 프라이드·캐피탈·콩코드의 3종만을 고집해왔다.
대안은「가지치기」. 프라이드의 경우 최초의 3도어형에서 뒷좌석에도 출입문이 있는 4∼5도어형까지 모델을 모두 7종으로 늘려왔고 최근에는「캐피탈」에 DOHC엔진을 붙인 새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달 말께에는 프라이드에 뒤 트렁크를 부착한 노치백 세단형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즉 낯선 새차를 내놓기에 앞서 기존 차형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특히 소형차의 경우 프라이드의 배기량이 국내시판 차종 중 가장 작은 1천3백㏄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차 값도 싸고 연료비도 적게 먹히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에 따른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대형 시장의 경우에는 신차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최근 S카라는 이름으로 은밀히 개발에 착수했다.
92년 시판 예정인 S카는 배기량 1천6백∼1천7백㏄급의 중형차로 기아로서는 첫 고유 모델이 된다.<이연홍·민병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