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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대학 입학생 감소분, 반도체학과 증원에 활용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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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재근

박재근

“대학 입학생 감소분을 반도체 학부 인력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국 20개 일반대학원에 반도체학과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15일 열린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창립 20주년 행사장에서 만난 박재근(사진)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의 얘기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에 반도체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한 진단으로 말문을 열었다.

박 학회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DB하이텍 등 반도체 대기업 3사는 연평균 6500명의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며 “별개로 29개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매년 3127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178개 반도체 관련 기업 중 32개사의 인력 수요가 9600여명 정도란 의미다.

반면, 2021년 기준 연간 국내 대학이 육성 가능한 최대 반도체 인력은 6000명에 못 미친다. 이들 중 일부가 반도체 이외의 다른 분야를 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반도체 인력은 3648명가량이 배출된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이를 종합하면 매년 60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추가로 양성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어떻게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느냐다. 대학이 반도체 전공자를 늘리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이 잘 되려면 교육부가 잘해야 한다”며 질타하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대학에 대한 규제(수도권정비계획법)가 걸림돌”이라며 “파격적인 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저출산 여파로 전국 대학에서 입학생이 감소하고 있는데, 입학생 감소분을 반도체 학부 인력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총량 제한을 수정하지 않고 반도체 인력을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인력을 양성할 경우 부실한 교육 프로그램이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 그는 “졸업생의 반도체 기업 취업률과 반도체 전공 트랙 운영 여부, 전임교수 비율 등 교육부가 반도체 학과 신·증설 요건을 엄격히 관리한다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전국 20개 일반대학원에 반도체학과 프로그램을 신설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미 도입한 인공지능(AI)대학원 모델과 유사하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비수도권 대학 10개와 수도권 연구중심대학 10개를 선정해 반도체 전공 트랙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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