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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아들에게 맞았다"…경북 노인학대 80%가 아들·딸·며느리 '친족'

중앙일보

입력

6월 15일 노인학대예방의날  

지난해 부산시청 천시실에서 열린 노인인식개선 카툰 사진 효그림 수상작 전시회. 송봉근 기자

지난해 부산시청 천시실에서 열린 노인인식개선 카툰 사진 효그림 수상작 전시회. 송봉근 기자

경북 구미에 사는 80대 노부부가 지난달 “집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는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40대 아들로 함께 사는 노부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

지난 3월 경북 칠곡에서도 80대 할머니가 60대 아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노모에게 욕설을 하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경북도가 노인학대예방의 날인 15일을 앞두고 지역 노인들의 '학대'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과정에선 경북지역에서 노인학대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학대 대부분은 아들·딸·며느리 등 친족이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지역 노인학대는 모두 599건으로, 가정학대 583건(97.3%), 시설학대가 16건(2.7%)으로 파악됐다. 학대 행위자 619명 중 80% 이상이 친족이었다. 아들이 229명(36.8%)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186명(30.0%), 딸(56명, 9.0%), 손자녀(14명, 2.3%), 며느리·사위(12명, 1.95%) 등이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52.4%), 육체적 학대(32.4%), 방임 학대(10.1%) 등이었다.

경북 지역의 노인학대는 2018년 432건에서 2019년 494건, 2020년 510건, 2021년 599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경북의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22.7%로 전남(24.3%)에 이어 전국 2위다. 전체 인구 262만6609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59만6312명에 달하면서 노인학대 사례도 많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경북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이 노인학대 예방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경북도

지난 3일 경북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이 노인학대 예방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경북도

이에 따라 경북도는 전국 처음으로 노인학대 예방 도우미인 '노인 인권 보호사' 460명을 하반기 중 위촉할 예정이다. 또 경북지역 4곳의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시·군, 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축하는 한편, 노인학대 예방주간(6월 13~18일)도 운영 중이다.

박성수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노인학대 문제는 더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라며 "체계적인 노인학대 종합대책을 추진해 어르신이 존중받는 경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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