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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는 검찰공화국? '큰돈 만지는 자리' 실세는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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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석열 정부 들어 관가(官街)에 ‘모피아 전성시대’라는 말이 다시 나오고 있다. 권부 핵심인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물론 경제분야 요직을 범(汎)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면서다. 모피아(MOFia)란 재무 관료(옛 재무부를 뜻하는 MOF)와 범죄조직 ‘마피아’를 합성해 만든 단어로, 이들이 마피아처럼 세력을 구축해 경제ㆍ금융계를 장악해온 걸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8일 기획재정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임명된 한덕수 국무총리는 재정경제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기재부 차관을 지냈다. 김대기 비서실장도 지금은 기재부로 통합한 옛 기획예산처에서 재정운용실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런 인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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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모피아의 득세는 계속되고 있다. 7일 지명된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같은날 임명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도 모피아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밖에 차관급 외청장인 통계청장ㆍ조달청장ㆍ관세청장에 더해, 보건복지부ㆍ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기재부 출신이 쓸어갔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처음에 국무조정실장 후보로 거론되다 낙마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을 주도한 사람”이라며 “새 정부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인물인데도, 후보로 거론된 것은 모피아 출신이라는 배경 말고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모피아 출신의 득세는 경제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윤 대통령이 경제부처를 직접 지휘하기 어려운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출신 관료는 경제의 안정적 운영이나 위기 관리에 강점을 지녔다는 게 관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서로의 인연이 ‘경제 원팀’으로 정책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에 몸담았던 비(非) 기재부 관료는 “따지고 보면 문 정부를 포함해 거의 모든 정권에서 모피아를 핵심에 기용했다”라며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에 이들이 장점을 가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피아는 무엇보다 집단세력화된 특성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들이 막강한 영향력까지 독점하게 되면서 이들을 견제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피아가 과거 한국 경제의 개발 단계에서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경제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온 이후에는 ‘관치(官治)’에 사로잡혀 오히려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장이나 금융 유관회사 경영진 자리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관가의 동료ㆍ후배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전·현직 검찰 출신 중용과 함께, 이처럼 모피아 출신이 전진 배치되면서 윤 대통령의 고위 공직자 인사 스타일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편향인사' 지적이 나오면 더 의식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발굴해야 하는데 인재 활용 폭이 좁다는 것이다. 능력을 우선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해명이지만, 대통령의 인사가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검찰 특수부 중심의 ‘검피아’와 기재부 금융정책국이 중심이 된 ‘모피아’의 연합정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이어 “다양성 부재로 정책판단의 범위가 제한적이게 될 것”이라면서 “경제는 이미 민간 주도로 돌아가고 있는데, 비슷한 정책 경험을 가진 관료들이 머리를 맞댄다고 혁신이 이뤄질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모피아 ‘본산’인 기재부 내부에선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모피아는 막말로 이미 누릴 것 다 누린 극소수 OB(올드보이)들의 얘기”라며 “여전히 기재부 내 인사 적체는 심하고, 본부에 들어오지 못하고 갈 곳도 마땅치 않은 공무원들이 타 부처에 비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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