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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회의 준비까지 마친 北...내부 명분 쌓고 핵실험 돌진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앞으로 일주일 안에 열릴 예정인 당 전원회의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핵 실험 일정과 맞물린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핵 개발을 정당화하는 '명분 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장면.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를 완료해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장면.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를 완료해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연합뉴스.

전원회의 준비 거의 끝

8일 노동신문은 전날(7일) 당 중앙위 8기 9차 정치국 회의가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는 '이달 상순'으로 예고된 당 전원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열렸다. 북한에서 상순은 매달 1일부터 10일 혹은 15일까지를 뜻하는데, 이르면 정치국 회의 이튿날인 8일 오전부터 곧바로 전원회의를 시작했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신문에 따르면 회의 참가자들은 전원회의 토의 의정(의제)를 결정하고 전원회의에 제출할 중요 문건들을 심의, 승인했다. 이날 검토한 문건은 당과 국가의 정책에 대한 중간 총화 보고서 등이다. 또한 전원 회의 중 확대 회의의 토의 형식, 일정, 방청자 선발 등도 논의했다.

회의는 조용원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조직비서가 주재했다. 과거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아닌 고위 간부가 회의를 주재한 건 북한 매체 보도를 기준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지도자가 굳이 관여하지 않아도 될 실무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신문은 "당 정치국의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해 정치국 상무위원도 회의 사회를 볼 수 있게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지난달 19일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 사망 당시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빠져 눈길을 끌었던 이영길 국방상은 참석했다. 반면 역시 명단에 없었던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은 이번에도 불참했다.

8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전날(7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모습.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8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전날(7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모습.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명분 쌓고 핵실험 돌진?

북한의 이번 전원회의 일정이 유독 주목받는 건 임박한 핵실험 '타이밍' 때문이다.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핵실험 정도의 고강도 도발은 전원회의 같은 주요 정치 일정이 진행되는 회기 중은 피하고, 회의 결과물로서 도출된 결론에 따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때도 직전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하고 '핵실험 진행에 대한 결정서'를 채택한 뒤, 실제 핵실험을 단행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명령과 친필 서명을 공개하던 정도에서 더 나아가 당 차원의 회의를 거쳐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는 걸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내부적 명분쌓기로, 전원회의에서 핵ㆍ미사일 개발에 충분한 정당성을 부여한 뒤 이를 발판으로 핵실험을 감행하는 시나리오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북한은 향후 며칠 간 정치국 회의→전원회의→핵실험까지 순차적으로 내달리게 된다.

일단 현 상태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언제든 김 위원장이 결단만 하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는 게 한ㆍ미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은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를 핵실험이 가능한 수준까지 복구 완료했고 풍계리 이외 지역에서 기폭 장치 실험도 진행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준비는 끝났고 핵실험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에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그때가 될지 그 뒤가 될지, 누가 알겠나"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실전 배치용 핵실험 되나

외교 소식통은 "이제는 핵실험 강행 여부나 하루 이틀 차이의 구체적인 타이밍에 연연할 게 아니라,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통해 획득한 기술로 인해 대남ㆍ대미 위협이 어떻게 진화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모두 핵실험 자체는 기정사실화하고,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핵실험에서 북한은 과거처럼 폭발 위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사용 가능한 전술핵 개발을 목표로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야말로 실전배치 준비용이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이미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에게 마지막 남은 단계는 전술 핵무기에 탑재할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라며 "핵ㆍ미사일 개발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최근 기세로 봐서 조만간 감행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중국의 만류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자체 수습 여부가 마지막 변수"라고 말했다.

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별도의 대남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단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집권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인 닷새 동안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대남ㆍ대미 분과를 마련했다. 다만 구체적인 토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고 별도의 대외 메시지도 없었다.

코로나19 논의도 주목

회의에서는 또 임박한 핵실험 외에도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방역 성과를 자찬하며, 이제 방역뿐 아니라 경제 발전에도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역 정책 관련 방향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내 코로나19 신규 유열자(발열자) 수(6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통계)가 5만 4000여명이라고 밝혔다. 7일까지 이틀째 6만명대라고 밝혔던 것에서 더 감소한 수치다. 사망자 통계는 지난 5일부터 나흘째 함구하고 있는데, 일부러 유리한 통계만 골라 공개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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