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매매 청소년 47%, 시작은 채팅앱이었다…빨리 벗어나는 길은

중앙일보

입력

# 17살 A양은 가족과의 갈등으로 가출한 뒤 생계비 또래 친구의 회유로 조건만남을 시작했다. A양은 곧바로 그만두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신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지속적인 만남을 요구했다. A양은 위협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고,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지원센터)로 연계돼 상담을 받았다. 이후 조건만남을 강요한 남성을 고소했다. 지원센터는 보호자 역할로 경찰서, 법원 등에 동행했다. A양은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전국 17개 지원센터에서 A양과 같은 성매매 피해 청소년 727명에게 1만 2521건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지원센터는 청소년이 성매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A양처럼 성매매에 이미 유입된 경우라도 성폭력, 인신매매 등 추가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상담, 의료‧법률 지원, 치료‧회복 지원 등을 통해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는다.

절반 이상이 온라인 통해 성매매 유입…14~16세가 40%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 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매매 피해를 본 청소년 연령대는 14~16세가 가장 많았다. 전체 피해자 727명의 약 40%(293명)다. 17~19세(38.7%)와 10~13세(6.6%)가 뒤를 이었다. 학력별로 보면, 중학교 졸업이 32.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다음으로 고등학교(22.1%), 초등학교(6.6%)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6.5%는 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절반 이상의 피해자가 온라인을 통해 성매매에 노출됐다. 피해자의 47%가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를 시작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경우도 10%를 넘었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이 경험한 피해 내용은 길들이기(그루밍)와 불법촬영, 채팅앱 통한 조건만남 강요 등 디지털 성범죄가 가장 많았다. 10명 중 1명은 폭행과 갈취를 당하기도 했다. 그 밖에 주변인과 관계를 차단하도록 만들어 피해 청소년을 고립시키고, 음주·흡연·약물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원센터에서 피해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제공한 서비스는 '상담'이었다. 지난해에만 9608건으로, 76.7%를 차지했다. 그 밖에 법률 지원(10.2%), 의료 지원(4.6%) 순으로 나타났다. 긴급지원도 406건 제공됐다. 지원센터는 성매매 환경에 노출돼 있거나 위급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을 발견하면 긴급구조, 일시 보호, 생활지원 등 긴급지원을 제공한다.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지원센터는 성매매 청소년이 피해를 본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여 청소년의 원활한 사회복귀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경찰에 신고하거나 유관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등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나야만 상담부터 긴급구조지원, 직업훈련, 치료․회복프로그램 등이 가능하다.

최성지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성폭력 등 또 다른 성범죄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 발생 전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자체, 보호시설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성매매 예방 활동과 상담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