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청와대 독대서 “담판” 예상/계파갈등에 어수선한 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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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계 회동 전열 재정비/각서유출 “민정ㆍ공화계 탓”/민정계 “야당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
○…김영삼 대표의 상도동 자택에 28일에는 서청원ㆍ김우석ㆍ이인제 의원과 김수한 당무위원ㆍ이원종 전 특보 등이,29일 아침에는 김명윤 고문ㆍ김동영 정무장관과 박관용ㆍ김동주ㆍ김봉조ㆍ김우석ㆍ김덕룡ㆍ강보성ㆍ강신옥 의원 등이 찾아와 대책을 숙의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
김 대표는 28일 밤과 29일 아침 자택을 찾아온 박준병 사무총장의 면담요청을 거부한 데 이어 김윤환 총무의 접촉요구도 뿌리치고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며 전화조차 받지 않는 등 민정계에 대한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으나 28일 저녁에는 하이야트호텔에서 황낙주ㆍ신상우ㆍ박용만ㆍ황명수ㆍ박종률 의원,김수한ㆍ강인섭 당무위원 등 민주계 중진들과 만나는 등 민주계의 전열정비를 서두르는 모습.
김 대표는 29일에는 지난 4월초 박철언 전 정무1장관의 발언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당사에 출근치 않아 이번 사태를 합당 후 최대의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위.
29일 아침 김 대표와 만나고 나온 박관용ㆍ김동주ㆍ김덕룡ㆍ강보성 의원 등은 한결같이 『김 대표가 뭔가 큰 결심을 한 것 같더라』고 입을 모았는데 일단 청와대에서의 노태우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 측근들은 『이번에는 「연말까지 내각제개헌 논의유보」 정도의 시간 연장에 그치는 수준은 절대 아닐 것』이라며 『내각제 포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이를 수용치 않을 경우 대권후보 포기선언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김 대표 특유의 「여론정치」 내지는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음을 암시.
김동주 의원도 기자들에게 『김 대표의 결심을 당해체식으로 몰고 가지는 말라』고 주문하고 『김 대표는 사심이 없으며 대통령이나 내각제하의 총리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감을 받았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김 대표의 이번 결심은 27일과 28일에 걸쳐 구체화된 것으로 측근들은 보고 있다.
28일 오후 민주계 중진들과의 모임이나 29일 아침 민주계 의원들과의 접견에서도 『노 대통령과 만나 담판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김 대표가 이런 모임을 통해 민주계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민정ㆍ공화계를 밀어붙일 힘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
28일 저녁 민주계 중진들과의 모임에서도 김 대표는 내각제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했으며 합의각서 유출은 민정ㆍ공화계의 공작에 의한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언.
한편 28일 오후 10시20분쯤 김 대표의 상도동 자택에서 민주계 의원들에게 전화취재를 하던 모 일간지 기자에게 갑자기 전화가 와 『전화 그만하고 빨리 회사에 들어가 이××야』라고 욕설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김 대표 비서진들은 『이제 아예 까놓고 도청하는 것이냐』며 흥분.
○…민정계는 김 대표의 당무 집행거부에 대해 『특유의 밀어붙이기 공세의 시작』이라고 김 대표의 의중을 읽기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박준병 총장의 27,28일 양일간 상도동 사죄방문을 문전박대하고 일체 민정계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있어 김 대표의 밀어붙이기의 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28일 저녁까지만 해도 민정계는 각서가 고의유출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시간이 가면 김 대표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김 대표가 초강수로 나올 기미를 보이자 당황하는 눈치.
민정계의 한 당직자는 『YS의 내각제 포기요구는 당을 깨자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YS가 다시 야당으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한만큼 엄포성이 아니냐』고 해석.<김두우ㆍ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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