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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선물해준 천사님 덕분에 지금은 운동장도 맘껏 뛰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장기기증인의 간을 이식한 김리원양(오른쪽)이 11일 서울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을 위한 특별 사진전 ‘장미하다’ 개막식에 참석해 자신의 사진 앞에 섰다. [뉴스1]

장기기증인의 간을 이식한 김리원양(오른쪽)이 11일 서울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을 위한 특별 사진전 ‘장미하다’ 개막식에 참석해 자신의 사진 앞에 섰다. [뉴스1]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김리원(6)양은 생일이 둘이다. 세상에 나왔던 2016년 5월 20일과 장기기증인의 간을 이식받아 ‘제2의 삶’을 시작한 2017년 7월 6일이다.

리원 양은 생후 78일 만에 난치병인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태어난 뒤 14개월 동안 본인과 가족이 병원 근처를 떠나본 적이 없다. 투병을 이어가던 어느 날, 뇌사한 장기기증인이 건강한 간을 선물했다. 리원양과 어머니 이승아(34)씨는 기증인을 ‘천사님’이라고 부른다.

리원 양에게 두 번째 삶을 선물하고 떠난 천사님 외에도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린 장기기증인은 많다. 이들과 유가족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종로구 관훈동의 갤러리 라메르에 걸렸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11일 오전 장기기증인과 이를 이식받은 이식인,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사진전 ‘장미하다’을 개막했다. ‘기증 천사’들이 살아있을 때의 사진, 작가 12명과 배우 박세완씨 등이 찍은 유가족과 이식인 등의 사진이 내걸렸다. 장미하다는 ‘장대하고도 아름다운(美) 영웅들을 기억해달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날 개막식엔 기증 천사들의 가족들이 참석했다. 2011년 장기기증으로 네 명의 생명을 구한 고(故) 이종훈씨(당시 33세)의 어머니 장부순(79)씨, 결혼하고 15년 만에 얻은 첫째 아들 고(故) 왕희찬군(당시 3세)을 떠나보내며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린 아버지 왕홍주(58)씨, 4대 독자인 아들을 먼저 보낸 김일만(76)씨 등이다. 일만씨의 아들 고(故) 김광호(당시 29세)씨는 간과 심장, 폐와 조직을 모두 기증해 네 사람을 살렸다.

리원양이 기증인 유가족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는 장면. [연합뉴스]

리원양이 기증인 유가족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는 장면. [연합뉴스]

기증인의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종훈씨의 누나(52)는 “동생을 보낸 2011년엔 시선이 더 좋지 않았다”며 “‘얼마를 받았길래 장기를 기증한 거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4만6749명이다. 2019년 4만253명, 2021년 4만5830명으로 계속 증가세다. 하지만 연간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줄어 지난해엔 442명이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6.8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숨졌다.

유가족들은 사진전 참여 이유를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서”라고 입을 모았다. 장부순씨는 “1년에 한 번씩 아들이 마지막까지 있었던 성모병원에 가서 보면 이식 대기자들이 늘어서 있다”며 “그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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