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의 다 쓴 한·일, 거의 안 쓴 유럽…'마스크 팔자' 가른 이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0주년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서울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마스크를 대부분 다 쓰고 있다. 뉴스1

100주년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서울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마스크를 대부분 다 쓰고 있다. 뉴스1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지 4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경복궁·놀이공원 등에 인파가 몰렸는데, 이들 중에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 566일 만에 벗게 돼 마스크를 던지는 사람이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그 예상이 빗나갔다.

일본·싱가포르 등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법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한 적이 없다. 고위험군에 마스크를 권고했을 뿐이다. 싱가포르는 3월 29일 실외 마스크를 해제했다. 실내는 아직 유지하고 있다. 두 나라의 거리에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기 어렵다.

싱가포르 회사원들이 4월 26일 점심을 먹으려고 거리에 나섰다. 마스크를 거의 다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 회사원들이 4월 26일 점심을 먹으려고 거리에 나섰다. 마스크를 거의 다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의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는 지난달 22일 "현재 싱가포르는 실내에서만 마스크를 쓰도록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실외에서 다양한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이유가 개인의 안전의식을 들었다. 또 밖에 나갔다 바로 실내로 돌아와야 할 경우 그냥 쓰고 나가는 게 편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이 운동·등산할 때도 마스크를 쓴다. 이런 분위기 탓에 '내가 먼저 벗기'가 부담스럽다는 이가 많다. 출근길이나 나들이 때 '노 마스크'로 나섰다가 당황하기 일쑤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29일 실외 마스크를 해제하면서 "절대 마스크 프리가 아니다"라며 경계심이 풀어질까 봐 걱정했지만 아직은 그의 우려가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4일 영국 런던의 한 축구경기장의 모습.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영국 런던의 한 축구경기장의 모습.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유럽·미국 등의 서구 국가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별로 없다. 실외는 말할 것 없고 실내에서도 잘 안 쓴다. 영국은 1월 27일 일찍이 실내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다. 프랑스는 3월 14일 대중교통을 빼고, 독일은 3월 20일 의료기관·대중교통을 제외하고 실내 착용 의무를 없앴다. 이들 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할 때도 마스크 해제를 주장하며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의무 해제 전에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적지 않았다.

동서양의 마스크 차이는 문화 차이에서 유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김광기 교수는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강도·도둑처럼 뭔가를 감추기 위해 쓰는 것으로 보고 거부감이 강하지만 동양에서는 이런 게 없다"고 분석한다. 질병관리청 정통령 총괄조정팀장도 "서양에서는 마스크는 범죄자가 쓴다는 인식이 있으며, 익숙하지 않은 걸 억지로 강제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황사 때문에 익히 마스크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김광기 교수는 "서구에서는 국가가 왜 마스크를 강제하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느냐고 반발해 마스크를 벗어 던지지만 동양은 국가가 요청하면 받아들이고 남에게 피해를 덜 주려는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얼마나 마스크에 순종적인지, 방역의 일등공신이 누구인지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사스·메르스를 경험하면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마스크가 가장 안전한 수단이라고 여겨 이거부터 챙기는 게 습관이 됐다. 하지만 유럽은 록다운(봉쇄)부터 먼저 했고 그 이후 마스크를 강제했다. 이로 인해 마스크 효용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지난달 27일 일본의 도쿄의 거리. 행인 중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기 힘들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일본의 도쿄의 거리. 행인 중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기 힘들다. [AP=연합뉴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일본은 삼나무를 비롯한 꽃가루 알레르기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몸에 배 있다고 한다. 특히 요즘이 꽃가루 시즌"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확진자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점도 선뜻 마스크를 벗기 어렵게 한다. 한국은 하루 4만~5만명, 일본은 3만명대, 싱가포르는 약 2000명의 확진자가 나온다. 확진자가 줄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정도가 아니라고 느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