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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지령에 '비트코인 포섭'…장교·코인거래소 대표 군기밀 유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지령을 받고 현역 장교와 연계해 군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가 구속기소 됐다.

28일 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자인 이모씨(38)씨가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에 연루된 현역 장교 역시 군사법정에 넘겨졌다. 이들의 범행으로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 로그인 자료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증거물 사진. 사진 서울중앙지검

주요 증거물 사진. 사진 서울중앙지검

암호화폐 대가 빌미로 현역 대위 포섭 

검경과 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A씨로부터 ‘군사기밀 탐지에 필요한 현역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씨는 같은 해 8월 현역 장교에게 “군사 기밀을 제공해주면 암호화폐 등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해당 장교가 거절해 실패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는 6년여 전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북한 공작원을 처음 알게 됐고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 등 60만달러(약 7억원)가량의 암호화폐를 받은 후 포섭됐다.

이씨는 올해 1월 A씨 지령에 따라 이번엔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현역 장교 B 대위에게 택배로 발송했다. 이씨가 현역 장교 포섭에 실패하자, A씨가 역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만난 B대위 연락처를 건넨 것으로 경찰과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B대위는 반입된 해킹 장비로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시도에 도움을 주기 위한 로그인 자료 등을 촬영해 전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한편으론 A씨 지령에 따라 3월까지 군사기밀 탐지에 사용되는 USB 형태의 해킹장비(포이즌 탭ㆍPoison Tap) 부품을 구입했다. 이 부품을 노트북에 연결하면 A씨가 원격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이 범행을 통해 A씨 뿐만 아니라 B대위도 48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금액이 커서 쉽게 포섭이 쉽게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월 군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이달 2일 이씨를 체포해 5일 구속했다. 검찰은 28일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B대위 역시 지난 1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군 검찰에 송치돼 이날 구속기소됐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텔레그램상 지시에 북한 말투”

경찰은 “텔레그램으로 이씨와 B 대위가 지시를 받았었는데 대화 내용에 북한 말투가 있어서 북한 사람이라고 예상을 했다는 진술이 있다”며 “A씨로부터 각각 지시를 받아서 이씨와 B씨 간에 텔레그램 대화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와 B씨가 수수한 암호화폐로 인한 몰수보전 추징 절차는 집행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소위 ‘단선연계’라고 한다. 북한 공작원이 민간인도 포섭을 했고  B대위도 포섭을 했는데 서로는 모른다. 한 사람이 체포되면 혐의를 불 수 있지 않나. 공작원은 다 알지만 민간인과 B대위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이번 사건은 북한 해커(공작원)에게 포섭된 최초의 현역 군인 간첩혐의 사건으로, 군 에서 사용중인 전장망이 해킹되었다면 대량의 군사기밀이 유출되어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지만, 경찰과의 유기적인 공조 수사를 통해 사전에 이를 차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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