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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복 입고 열병식 나타나 "핵무력 사용"

중앙일보

입력

25일 밤 공개 대중 연설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흰색 군복을 입고 등장했다. 북한 매체가 26일 공개한 열병식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어깨에 '공화국 원수'를 의미하는 왕별 계급장이 달린 흰색 군복(예식복)을 착용했다. 김 위원장이 이 군복을 착용하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그가 직접 군복을 입고 공개석상에 등장한 건 대내외 메시지가 담겼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 뒷 줄 왼쪽은 이설주 여사. 김 위원장의 오른쪽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이병철 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왼쪽은 박정천 현직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다. 두 사람은 각각 10개월, 83일 만에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 뒷 줄 왼쪽은 이설주 여사. 김 위원장의 오른쪽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이병철 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왼쪽은 박정천 현직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다. 두 사람은 각각 10개월, 83일 만에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을 비롯해 이전 열병식 때는 주로 양복을 착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9일 정부수립 기념일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 참석해 엄지척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9일 정부수립 기념일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 참석해 엄지척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이날 연설에서 "핵무력이 전쟁방지에 속박돼선 안된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군복 착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핵무기 사용을 육성으로 언급한 만큼 군권의 최고 지휘권자 위상에 맞춘 차림 아니냐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핵무력을 질량적 강화하고, 언제든 가동하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박정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이병철 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나란히 등장했다. 이들은 각각 김 위원장 왼쪽(사진상)과 오른쪽에 자리했다. 전현직 군 서열 1위 인사들이 김 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열병식을 함께 지켜봤다.

이병철(원 안)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해 6월 29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병철은 이 회의에서 해임됐고, 이후 10개월 간 모습을 감췄다.[연합뉴스]

이병철(원 안)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해 6월 29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병철은 이 회의에서 해임됐고, 이후 10개월 간 모습을 감췄다.[연합뉴스]

특히 이병철은 지난해 6월 해임된 이후 10개월만 복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매체는 이날 이병철을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위 비서“로 소개했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시급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들을 논의 결정하며 당과 국가의 중요간부들을 임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당규약 28조)하는 기구다.

노동당의 최고 핵심조직인 셈이다. 그런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박정천 당비서 등 5인의 핵심실세들로 자리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날 이병철을 상임위원으로 소개함으로써 기존 5인이었던 상무위가 6인 체제로 바뀌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소개한 열병식 참석자를 보면 기존 5인을 그대로 호명하고, 이병철을 추가한 것”이라며 “기존 5인체제로 유지하던 상무위의 구성원을 한 명 늘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철은 지난해 6월 해임되기 전까지는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군부를 대표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군부를 담당하던 박정천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무위에 군부 인사만 2명이 됐다.

이병철은 북한 미사일 개발의 주역으로 2016년 8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한 직후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는 모습이 공개됐고, 이후 원수까지 진급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해임 이후 공개석상에서 질책을 받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공개된 뒤 사라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병철(오른쪽 아래)이 2016년 8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직후 맞담배를 피고 있다. 이병철은 당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었다. [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병철(오른쪽 아래)이 2016년 8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직후 맞담배를 피고 있다. 이병철은 당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었다. [노동신문]

일각에선 그가 고령(74세)인 데다 건강상에 문제가 있어 잠시 쉬고 오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김 위원장의 개인 교사로 평가받고 있는 포병 전문가 박정천이 군복(현역)을 벗고 당으로 옮긴 뒤 건재한 상황에서 이병철이 복귀한 건 두 사람을 경쟁시키거나 최근 핵위협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상무위원회에 군부 인사 쌍두마차 체제를 구성한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포병전문가인 박정천과 미사일 주역 이병철을 내세워 보다 공세적인 대남, 대미 정책을 구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천은 지난 2월 1일 설명절 공연 이후 83일만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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