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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접종 딜레마…감소세에 굳이? 가을 대유행 또 오면?

중앙일보

입력

“4차 접종 맞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최근 60세 이상 고령층 대상 코로나19 4차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접종 대상자와 가족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든 와중에 또다시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며 4차 접종을 해야 하나 반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미크론발 대유행으로 돌파 감염이 늘면서 “어차피 맞아도 걸리는 것 아니냐”는 백신 무용론도 퍼져 있다. 가을께 재유행 전망이 나오고 있어 지금 접종하는 게 맞는지 의문도 있다. 한편에선 아직 유행이 진행 중인 데다 거리두기 등의 장치가 사라진 만큼 위험이 더 커졌다며 접종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여성은 20일 “엄마(80대)에게 4차 접종을 권유하는 문자가 왔는데 엄마가 맞고 싶다고 해서 고민”이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면 엄마 혼자 마스크 쓴다고 (예방이) 될까 싶다”면서도 “불안하게 또 4차를 맞아야 하나”라고 썼다. “백신을 맞으려 해도 걱정, 안 맞아도 걱정”이라는 것이다.

고령층 대상 4차 접종은 지난 14일부터 시작됐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1일까지 누적 61만1906명이 맞았다. 이 중 60세 이상은 52만332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률이 3.8%에 그친다. 아직 접종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서둘러 예약에 나섰던 1~3차 때와 달리 당사자들이 접종 여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접종을 고민하는 이들은 반복 접종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유행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를 감수하고까지 맞아야 할 이득이 있느냐는 것이다. 가을께 재유행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지금 맞아도 그때 가서 면역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그러나 오미크론 유행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10만명 안팎 환자가 나오고 있어 불안해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정부가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 사실상 보호막이 다 걷힌 상황이라 미감염 고령층들은 감염 위험이 더 커졌다고 본다. 한 60대는 “아직도 환자가 많이 나오는데 나중에 또 맞더라도 일단 접종하는 게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60대 이상 환자가 매일 2만명 안팎 나오고, 중증 환자의 85%, 사망자의 95%가 60세 이상이라면서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21일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 대변인은 백브리핑에서 “거리두기가 해제된 시기에 고위험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며 “치료는 늦다. 예방할 수 있는 코로나 사망의 위험을 접종으로 축소, 제거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행이 얼마나 지속될지 단언할 수 없는 데다, 가을이 되기 전 신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도 있는 만큼 면역력 증강이 필요하단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정부도 이전 접종 때와 달리 “80세 이상에는 적극 권고한다”면서 “60세 이상은 접종 대상자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건강한 고령층이라면 새로운 유행 조짐이 보일 때 해도 된다”란 의견이 있지만, “3차 접종 후 이미 시간이 지나 효과가 떨어진 만큼 면역력 보충해 당장의 유행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에 앞서 병원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뉴스1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에 앞서 병원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뉴스1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3차 접종을 맞아서 얻은 T세포의 면역 효과가 4차를 한 번 더 한다고 극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60세 이상이더라도 건강하다면 가을 재유행 조짐이 보일 시기에 맞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향후 5차 접종까지 해야 할 수 있는데 빈번하게 맞았을 때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어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맞을 이득이 커 보이지않는단 게 그의 주장이다.

백 교수는 항체의존면역증강(ADE)을 언급하며, “바이러스 항체가 과도하게 많을 경우 감염성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 코로나에서 발견된 적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차 접종의 감염예방 효과는 두 배로 다소 낮지만 중증, 사망 예방 효과는 3.5배로 높다”며 “안전성 이슈도 별로 없어 (4차 접종에)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3차 접종 효과가 떨어져 가는데 거리두기를 풀고 긴장감이 떨어진 상태라 필요성도 있다”며 “가을 재유행 이전에 아무 일 없으리라고 아무도 장담 못 하니 고령층은 접종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반복 접종 우려에 대해서도 “ADE를 주의하라고 하지만 벌써 전 세계에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이 수십억 도즈 사용됐는데 관련한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크게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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