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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만화 보고 여자들 결혼 안하면 책임 질 거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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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책 표지를 든 포즈를 청했다. 이후남 기자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책 표지를 든 포즈를 청했다. 이후남 기자

“콜롬비아에는 제사라는 게 딱히 없다고 들었는데요, 한국에선 부모님이나 조상들이 돌아가신 그날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을 차립니다.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저 큰 상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고타국제도서전의 주빈국 한국관에서 20일(현지시간)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가 북토크를 열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린 웹툰이지만, 콜롬비아에 소개되거나 스페인어로 번역된 적은 없다. 그런데도 적잖은 관람객이 북토크를 찾아와 귀를 기울였다. 수신지 작가는 대형 화면에 웹툰의 장면들을 띄워놓고 작품의 성격과 연재 전후를 소개했다.

“한국에는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큰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플랫폼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 회사에서는 이 이야기가 너무 소소하다고 했습니다. 혹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조금 강하게 싸우는 걸로 수정할 수 있냐고, 며느리가 시어머니 뒤에서 욕을 하는 장면도 있었으면 더 좋겠다고 했습니다.”

작가는 “그건 제가 얘기하고 싶은 내용과 정확히 반대되는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콘텐트는 너무 자극적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로 공감하면서 볼 수는 없다. 실제로 2020년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도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며느라기’로 “정말 많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이거 보고 여자들이 결혼 안 하면 네가 책임질 거냐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이어진 문답 시간에는 현지 관람객들이 ‘안녕하세요’ 같은 간단한 한국어 인사로 질문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굉장히 좋지 못한 인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사회에 대해 묻는 질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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