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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외인? 방망이는 언제 터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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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리오 루이즈. [연합뉴스]

LG 트윈스 리오 루이즈. [연합뉴스]

수비만 합격이다. 다재다능해 기대를 모았던 LG 트윈스 리오 루이즈(28), 롯데 자이언츠 DJ 피터스(27),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브리토(30)가 나란히 1할대 빈타에 시달리고 있다.

프로야구 외국인 타자들은 1루수 또는 코너 외야수, 혹은 지명타자가 많았다. 대다수 팀이 국내 선수들에게 부족한 장타력을 채워줄 선수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팀 사정에 맞춰 수비나 주루까지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기도 한다.

올 시즌 새롭게 선보인 선수 중에서도 공수를 겸비한 선수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피터스다. 피터스는 배트에 공을 맞히는 능력은 다소 떨어져도 지난해 메이저리그 70경기에서 홈런 13개를 친 파워를 갖췄다. 여기에 수비력, 기동력을 갖췄고 어깨까지 강하다. 올해부터 담장을 뒤로 민 롯데는 넓어진 외야를 책임지기 위해 피터스를 중견수로 낙점했다.

KIA도 중견수를 외국인 선수에게 맡겼다. 김종국 KIA 감독은 2018년 우승에 기여한 로저 버나디나 같은 선수를 원했고, 그래서 영입된 선수가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미국에서 흔히 쓰는 20-80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스피드와 송구 능력 60점을 받았다.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다. 수비력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50점이다.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연합뉴스]

LG는 3루수를 뽑았다. 2014년 외국인 선수 포지션 중복 금지 조항이 생긴 뒤 LG는 잭 한나한, 루이스 히메네스, 아도니스 가르시아 등 3루수를 자주 뽑았다. 루이즈는 3루수 뿐 아니라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수비코치를 오래 지낸 류지현 감독도 "수비력은 안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방망이다. 개막전에서 4번 타자로 나섰던 피터스의 시즌 타율은 0.122(18일 기준)로 외국인 타자 10명 중 가장 낮다. 미국에선 빠른 공에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KBO리그에선 개선될 것으로 보였으나 아직까지는 물음표다. 볼넷 6개를 고르는 동안 삼진 16개를 당했다. 초반 세 경기에선 홈런 포함 안타 4개를 때렸으나 이후 7경기 연속 무안타였다. 타순도 6번을 거쳐 7번까지 내려왔다.

KBO리그에서 뛴 적이 있는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3주는 헤맸다"며 감쌌다. 지난 주말 KT와의 3연전에선 안타 2개를 쳤다. 하지만 홈런이 하나 밖에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소크라테스도 비슷한 형편이다. 타율 0.196이다. 김종국 감독은 소크라테스를 1, 2번 타순에 배치하다 최근엔 6번으로 내리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16일 NC전에선 2루타 2개 포함 3안타를 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홈런은 1개에 그치고 있다.

도루왕 출신인 김종국 감독은 지난해 팀 도루 꼴찌(66개)였던 팀에 변화를 줄 계획을 밝혔다. 발이 빠른 소크라테스가 선봉장이 될 듯 했다. 하지만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도루 실패만 하나 기록했다. 볼넷(4개)을 많이 고르는 편도 아니라 출루율은 0.255에 그쳐서다. 1루에 나가질 못하니 기동력을 활용할 기회가 없다.

롯데 자이언츠 DJ 피터스.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DJ 피터스. [연합뉴스]

셋 중 가장 절박한 선수는 루이즈다. 타율 0.196, 홈런 1개. 3루는 물론 2루까지 맡으며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방망이가 시원찮다. 1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1루수 채은성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1루를 맡았던 문보경이 3루수로 나섰기 때문이다. 두 국내 타자들이 맹타를 휘두르면서 루이즈의 입지가 좁아졌다.

올 시즌은 투고타저 현상이 강하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다 공인구 반발력도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0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세 명이나 있고, 김현수(LG)는 홈런 4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피렐라(삼성)와 터크먼(한화)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외국인 타자 성적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해도 세 선수의 성적은 외국인타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세 팀 모두 당장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계획은 없다. KBO리그에선 일반적으로 '새 외국인타자를 판단하려면 100타석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선수 모두 초반 10경기보다는 나아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체 선수로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코로나19로 외인 영입이 어려웠던 지난 2년과는 다르다. 구단 관계자가 미국으로 건너가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있고, 계약 후 입국해서 격리할 필요도 없다. 세 선수에게 주어진 시간인 아주 길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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