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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적정 수수료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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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디지털 플랫폼이 그곳에서 돈을 버는 창작자에게서 얼마만큼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가장 큰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구글(안드로이드)과 애플의 경우 과다한 수수료를 챙긴다는 비판을 꾸준히 들어왔다. 메타(페이스북) 역시 이들 플랫폼의 룰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주 메타가 자사 VR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에서 NFT 등의 가상자산을 판매하려면 메타퀘스트 스토어에 30%, 호라이즌 월드에 17.5%의 수수료를 각각 내야 한다고 발표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창작자가 만든 가상 아이템을 팔면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메타가 챙기겠다는 얘기다. 뉴스가 나오자 애플은 “우리가 30%를 걷는다고 비난했던 메타가 어느 플랫폼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긴다”며 메타의 위선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런 비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그럼 과연 어느 정도의 수수료가 적당한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가령 사용자가 제작한 게임을 호스팅할 수 있는 로블록스의 경우 플랫폼은 판매액의 72%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하지만 로블록스의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쉽게 듣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애플이나 구글에 대한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진 것은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부터다. 두 플랫폼을 벗어나서는 돈을 벌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메타 역시 지금은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두고 메타버스가 확산되면 요구에 맞춰 서서히 내릴 생각을 할 것이다. 당장 플랫폼의 성공이 문제이지, 성공만 한다면 수수료는 ‘네고’가 가능하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