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하하하" 웃음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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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달 26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유머경영연구소 양내윤(右) 소장이 아모레퍼시픽 영업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객 대하는 자세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자, 제가 배우 장동건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환호성을 질러 보세요. 고객을 대할 때 그 정도의 자세가 돼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 아직 문을 열기 전 시간이지만 매장 중간 통로에 20명 남짓한 직원이 모여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이들은 '스마일 세일즈 교육'에 참가한 아모레퍼시픽 영업사원이다. 이들 앞에서 손짓 발짓을 해가며 웃음보를 터뜨리는 이는 유머경영연구소의 양내윤 소장이다. 양 소장은 매장에서 고객을 대하는 법, 손님을 편하게 하는 말투와 행동 등을 주로 가르치며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서비스.영업직에 도전하는 이들이 갖춰야 할 소양이나 자세 등을 알아봤다.

◆면접관을 웃겨라=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최고경영자(CEO) 6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 채용 시 '유머가 풍부한 사람을 눈여겨본다'고 응답한 비율이 50.9%로 절반 이상이었다. 어떤 분야든 재치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보는 것이다.

양 소장은 "특히 근무 시간 내내 사람을 대해야 하는 서비스.영업직의 경우 유머 감각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누구든지 유머 감각은 타고난다.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유머 감각을 개발하면 된다는 것이다.

면접 자리에서 주눅 들지 않고 유머 감각을 발휘하려면 순발력이 중요하다. 이 역시 부단한 노력과 연습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평소 코미디 프로의 내용이나 유행하는 이야기 등을 익혀 두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엄숙한 일대일 면접에선 적합하지 않겠지만 합숙 평가나 술자리 등에서 사용하면 효과 만점이다.

◆취업 후에도 아이디어를 내라=입사한 뒤 '재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으면 조직에 적응하는 게 한결 쉬워진다.

업무 중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야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양 소장은 최근 매스컴에서 자주 소개된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 노하우를 예로 든다. 이들은 상품 팻말에 '당근-나 좋아하니? 당근이지' '홍고추-나도 붉은 악마!' '쪽파-어머! 쪽 팔려'라는 식으로 적절한 유머를 섞어 썼다. 이는 주부 고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이런 유머 감각은 이 업체가 성장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한다.

◆"진실함을 전하라"=양 소장은 사람의 감정은 말투와 언어 내용보다 눈빛에서 훨씬 많이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날 직원들을 두 명씩 짝지어 한 명의 입과 코를 가리고 눈만 보여준 채 분노.기쁨.사랑.우울 등의 감정을 드러내게 했다. 그랬더니 70% 정도가 눈빛만 보고도 상대의 감정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양 소장은 "옛 잠언 중 '물가에서 적응하려면 악어와 친해져라'는 말이 있다"며 "자신이 대하는 사람에 대해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지웃음이나 과잉친절은 대부분 손님에게 금세 간파당한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요즘 서비스.영업직을 뽑는 회사들은 고객과의 모의 상황 테스트를 거쳐 직원을 뽑기도 한다"며 "이때 역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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