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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가 전세아파트인데" "여론 따를 것"...지자체들 고심 [공관 대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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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장 도지사의 관사사용 문제를 제기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장 도지사의 관사사용 문제를 제기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사(공관)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서자 관사를 제공한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외면하기 어려운 데다 6·1 지방선거를 통해 상당수 지자체장들이 바뀔 것으로 예상돼서다.

安 "시도지사 관사 살 이유 없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13일 ‘특권 없는 대한민국, 공직사회부터 실천합시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선출된 시(장)·도지사가 자기 집에 살지 않고 관사에 살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이런 공간(관사)은 싹 다 정리하고, 본인 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에 따르면 현재 단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한 지자체는 모두 7개다. 강원·경북·전북은 단독주택형 관사를, 대구·충북·충남·전남 등은 아파트형 관사를 매입하거나 임차한 상태다. 정부는 11년 전 특혜·호화 관사 논란이 일자 지자체에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정부 권고가 통하지 않자 결국 새 정부 인수위 측이 관사폐지를 직접 국정과제로 채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자리한 강원도지사 공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자리한 강원도지사 공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자체들 “당장 결정 못할 문제”

하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당장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3선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관사를 제공해온 강원도 측은 “관사 사용 여부는 후임 지사의 결정에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지사 관사는 광역단체장 관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부지면적 1324.6㎡(400.7평), 건물면적 414.8㎡(125.5평)에 달하는 단독주택 운영에는 최근 3년간 한 해 평균 510만 원이 쓰였다.

게스트하우스 공간 일부를 관사로 제공 중인 경북도 역시 아직 처분 여부를 정하지 못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장들이 관사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가 있다면 그에 맞춰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6·1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도정운영을 접고 관사에서 나온 상태다.

“관사 필요하다” 목소리도 

반면 전북도는 “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지사 관사는 단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업무의 연속선상에서 또 다른 집무실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관사 건물(대지면적 599㎡, 건물면적 402㎡)은 1971년 건축됐다. 관사 운영비로는 월평균 92만2181원을 도 예산으로 집행하고 있다. 전북도 측은 “호화 관사와는 거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도민과 국민 정서가 (단체장의 관사 사용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검토해 (다수 여론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광역지자체장 관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국 광역지자체장 관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파트형 관사도 폐지대상? 

아파트형 관사를 두고 있는 지자체도 관사 폐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충북도는 이시종 지사가 관사로 쓰고 있는 아파트(123㎡)를 2011년 3억6500만 원을 주고 매입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충북은 12년 전 대규모 관사를 도민에게 반납하고, 아파트 관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차기 지사의 의중에 따라 관사 존폐가 가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폐지대상 관사에 아파트형이 포함되는 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김영록 전남지사 관사는 보증금 3억2000만 원의 전세 아파트(156㎡)다. 전남도 관계자는 “아파트를 전세 계약한 형태여서 새 정부의 폐지 방침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남도 역시 당장 관사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도지사 당선 전 천안시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지만, 취임 뒤 내포신도시에 있는 아파트 관사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충남도 측은 “관사를 폐지할 경우 양 지사는 천안에서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까지 매일 출퇴근해야 한다”며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고려하면 관사 유지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서울이나 대전 등 광역시와 달리 광역 도(道)는 도청 소재지와 실거주지가 멀어 관사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자체장 관사를 둘 수 있게 한 관련 법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각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현재 관사를 운영 중인데 상위법인 공유재산법부터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장관사가 조례에 따라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공유재산법이라는 상위법에 근거해 조례가 제정된 것”이라며 “우선 상위 법령이 먼저 개정돼야 하위 조례가 그에 맞춰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도 공관을 두고 있으나 당장 폐지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예산집행 등 공관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보안 등의 사유로 공관 관리 인력·예산 등은 비공개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비용이나 낭비 없이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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