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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살던 궁궐을 ‘영빈관’ 개조…日 시민도 예약 사용 가능 [공관 대수술]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도 우리처럼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관저는 있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고위직 관료는 드물다. 일본은 국가공무원숙사법에 따라 국가공무원에 한해 유·무료의 숙소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법으로 정해진 무료 이용자는 총리를 비롯해 중의원·참의원 의장,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 재판관, 관방장관 등 장관급 인물에 한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관 7곳 중 실제 주거지로 사용되는 곳은 총리 관저와 최고재판소 재판관용 공관 2곳. 나머지는 모두 회의실이나 외부인 접대용 시설로 쓰인다. 공관이 낡은 데다, 장관직에 기용되더라도 유료지만 기존대로 의원 숙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왕이 머물렀던 도쿄 아카사카 이궁. 현재는 아카사카 이궁 영빈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영빈관아카사카 이궁 홈페이지]

일왕이 머물렀던 도쿄 아카사카 이궁. 현재는 아카사카 이궁 영빈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영빈관아카사카 이궁 홈페이지]

일왕 살던 '국보' 궁궐을 영빈관으로

일본은 숙소로의 관저 운영은 줄인 대신 국가 귀빈을 맞이하는 시설로 국가 소유의 관저 활용을 넓혀가고 있다. 영빈관이 대표적이다. 일본 내각부가 관리하는 영빈관은 모두 2곳. 도쿄 미나토구(港区) 아카사카 이궁(離宮)과 교토(京都) 영빈관이다.

아카사카 이궁은 1899년에 건축한 궁궐로, 1923년 당시 일왕(천황)이 실제로 거주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왕실 재산이 국가로 귀속되면서 이궁의 소유주 역시 일본 정부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이곳은 국회도서관 등으로 활용됐는데, 주로 국가기관에서 사용했다.

1978년 중국 정치인 가운데선 처음으로 일본을 찾은 덩샤오핑. 왼쪽 후쿠다 다케오 당시 총리. [사진 영빈관 아카사카 이궁 홈페이지

1978년 중국 정치인 가운데선 처음으로 일본을 찾은 덩샤오핑. 왼쪽 후쿠다 다케오 당시 총리. [사진 영빈관 아카사카 이궁 홈페이지

영빈관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때는 1968년이다. 일본 정부는 해외 정상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영빈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일본풍의 별관을 새로 짓기로 했다. 무려 6년을 공들여 1974년 3월 영빈관으로 문을 열었다. 각국 정상 등 주요 인사가 방문할 때 총리, 중·참의원 의장이 이곳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78년 중국 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일본을 찾아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는 이곳에서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당시 일본 총리를 만나 중·일 평화우호조약 비준서를 교환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곳을 찾았다.

민간에도 문 연 '국보' 영빈관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아카사카 이궁은 민간에도 열려있다. 내각부는 민간단체에도 이궁 사용을 허가하고 있는데, 3일간 전관과 정원 사용에 2300만엔(약 2억24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반 방문객도 허용하고 있다. 본관과 정원은 1500엔(약 1만5000원)을 내면 관람이 가능하다. 일본식으로 꾸며진 별관과 본관, 정원 관람을 하려면 2000엔(약 2만원)을 내면 되는데, 정원만 둘러보는 데에는 대학생 이하는 무료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을 찾은 당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 영빈관아카사카 이궁 홈페이지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을 찾은 당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 영빈관아카사카 이궁 홈페이지

영빈관 활용도가 높자, 일본 정부는 2005년 교토에도 별도의 영빈관을 열었다. 이곳 역시 국빈급 방문 등에 활용되는데, 일반인도 관람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외무성이 운영하는 이이쿠라(飯倉) 공관에선 외무장관이 각종 외교 만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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