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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리도 예외 없다…코로나 방역 '내로남불'에 벌금형 16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리스 존슨(58)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벌금형을 받았다고 BBC,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존슨 총리는 재임 중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첫 총리가 됐다.

존슨 英 총리, 2020년 6월 생일파티 참석 '방역 위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지난 2020년 6월 19일 총리실 내 회의실에서 열린 모임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처벌 통지서를 받아 즉시 벌금을 납부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존슨 총리의 56번째 생일을 맞아 총리의 부인 캐리 존슨 여사는 깜짝 파티를 기획했으며, 직원들에게 케이크를 건네고 생일 축하 노래를 하도록 유도했다. 존슨 여사도 코로나19 방역 규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방역 규정은 2명 이상의 실내 모임은 금지했다.

존슨 총리는 "당시 오후 2시쯤 회의실에서 10분도 안 되는 짧은 모임이 있었다"며 "솔직히 당시엔 코로나19 규정 위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경찰의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방역 규정을 위반할 경우 50파운드(약 8만원)에서 최대 300파운드(약 48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존슨 총리와 부인은 각각 50파운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 타임스 등은 존슨 총리에게 부과된 공식적인 범칙금은 100파운드인데, 이의제기하지 않고 바로 납부해 50파운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의제기 없이 14일 이내에 납부하면 절반으로 감면해 준다. 반면 BBC는 "상황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60~200파운드가 부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파티게이트' 확대, 정부 직원 방역 위반 10건 이상

지난 1월 영국 런던 의회 앞 광장에서 시위대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얼굴이 담긴 팻말을 들고 코로나19 봉쇄령 속 총리실 송년 파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영국 런던 의회 앞 광장에서 시위대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얼굴이 담긴 팻말을 들고 코로나19 봉쇄령 속 총리실 송년 파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2월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2020년 5월 15일 총리 관저 정원에서 측근 10여명과 와인을 마시는 사진을 공개하며, 방역 규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존슨 총리는 물론 정부 부처 직원들이 코로나19 규정을 위반하고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이 10여건 넘게 불거졌고 '파티게이트'로 확대됐다. 당시 총리는 "모든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따랐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조사를 벌인 런던경찰청은 "총리실과 정부 부서에서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어기고 파티에 참석해 벌금을 낸 사람이 50명이 넘는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존슨 총리의 '내로남불'에 영국인들도 뿔이 났다. 유고브(YouGov) 설문조사에 따르면 75%는 존슨 총리가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고 여겼고, 57%는 존슨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반타 컴레스(Savanta ComRes) 설문조사에서도 61%가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총리가 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된 후에도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 건 영국 사상 처음이다.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존슨 총리의 직무 수행 지지도는 역대 최저치인 22%까지 떨어졌다.

우크라 사태로 잠잠했던 총리 사퇴 압박 재점화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달라졌다.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 제재에 앞장서면서 지난 2월 말 지지율이 32%로 반등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소엔 총리가 법을 어기면 정치 경력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때문에 여당인 보수당의 정치적 계산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영국 국민을 위해 겸손하게 총리 의무를 완수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다른 난관도 있다. 다음 달 5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국인들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치솟는 물가로 인한 생활비 문제로 옮겨갔다. 이로 인해 존슨 총리의 사퇴 압박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FT는 "생존의 달인인 존슨 총리는 이번에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시기가 오고 있어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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