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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내로남불’ 술파티…국민 66% “사임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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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보리스 존슨

보리스 존슨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여러 차례 술 파티를 벌였다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면서 사임 여론이 커지자 보리스 존슨(58·사진)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참석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정례 의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던 중 “사과하고 싶다”며 술파티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2020년 5월 20일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에 참모진과 함께 관저 정원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해 25분 정도 머물렀다”고 인정한 뒤 “당시 나는 그것이 업무적인 행사라고 암묵적으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나라 곳곳에서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지난 18개월 동안 특별한 희생을 치렀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파티 참석자) 모두를 돌려보냈어야 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이 일체 금지된 국민들을 인식했어야 했다. 모두에게, 그리고 이 의회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의 사과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존슨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긴 후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여론조사업체 사반타콤레스가 성인 1040명을 대상으로 ‘존슨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6%가 그렇다고 답했다. 영국 성인 593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업체 유거브 조사에선 응답자의 5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총리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7%에 불과했다.

2020년 5월 총리 관저에서 와인 파티를 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 두번쨰). [가디언 캡처]

2020년 5월 총리 관저에서 와인 파티를 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 두번쨰). [가디언 캡처]

이번 여론조사는 마틴 레이놀즈 총리 수석 비서관이 총리실 직원 100여 명에게 관저에서 열리는 술 파티 초대 e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을 폭로한 지난 10일 영국 ITV 보도 직후 이뤄졌다. 당시 초대장에는 “관저 정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오후 6시부터 각자 술을 가져와 우리와 함께해주시길 바란다”는 문구가 담겼다. “우리는 사랑스러운 날씨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문구도 논란이 됐다.

존슨 총리 측은 당시 파티 참석 여부를 묻는 언론의 물음에 답변을 거절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날 저녁 존슨 총리 부부를 포함해 40여 명이 파티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제1야당인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이날 “존슨 총리의 행동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영국 대중에게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모든 걸 털어놓을 때”라고 말했다.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도 “(총리가 잠시) 도망갈 순 있지만 숨을 순 없다”고 했다.

존슨 총리의 당내 입지도 흔들렸다. 보수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가디언에 “하원 보수당의 분위기는 장례식 같다”며 “누가 존슨 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수개월 내 총리가 될 수 있다”며 “존슨 총리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까지 유지될지의 문제가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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