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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는 우주선 BMW iX[車~알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MW의 전기 SUV iX(이하 iX)가 2022년 ‘중앙일보 올해의 차(Car of the Year·COTY)’에 선정됐습니다. 심사에 오른 10개 브랜드의 19개 차종 중에 섭니다. 전기차가 1위에 등극한 건 13년 COTY 역사상 처음입니다. iX는 성능·디자인·활용성 등 모든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를 한번 들여다보시죠.

 iX는 차량 곳곳에 이른바 ‘샤이 테크(shy tech)’가 적용됐습니다. 샤이 테크란 평소엔 숨겨져 있다 꼭 필요할 때 작동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기상천외한 차들처럼 말입니다. BMW의 상징과도 같은 전면의 ‘키드니(kidney: 인체의 콩팥을 닮았다고 붙여진 별명) 그릴’엔 전방 차량과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더 센서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행여나 센서 작동을 방해하는 눈이나 서리를 제거하기 위한 열선까지 감춰져 있다고 하네요. BMW 엠블럼 안엔 렌즈 세척장치까지 달렸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가벼운 상처(스크래치)는 스스로 복원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답니다.

 디자인 심사를 맡은 구상 홍익대 교수와 정연우 UNIST 교수는 iX에 최고점을 줬습니다. 정 교수는 심사평에서 “미니멀리즘과 자연주의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정수”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못난이’라는 일부 시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건 늘 외로운 일인가 봅니다.

 iX는 에어서스펜션을 적용했습니다. 방지턱에서도 크게 요동치지 않습니다. 급격한 커브길에서도 큰 덩치와 높은 차제를 잊을 만큼 견고하게 자세를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필요에 따라 차고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iX xDrive50은 완충시 주행거리가 447km 입니다. 전기모터 2개로 최고출력 523마력을 낼 수 있습니다. 제로백(시속 0㎞에서 100㎞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4.6초. 참고로 530마력을 내는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4S의 제로백은 4초입니다. 심사 과정에서 “고성능 세단인 BMW M3보다 더 강렬하다”는 찬사가 나왔습니다. 겉만 보면 패밀리카에 가까운데 말이죠.

 생뚱맞게 워셔액 주입구가 보닛 전면에 있습니다. 보닛을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BMW는 일반 사용자가 iX의 보닛을 열지 못하게 했습니다. 공식센터의 숙련된 엔지니어만 열 수 있다고 합니다. 법규나 규제 때문이 아닌 고객의 안전을 위해 내린 보수적인 결정이라고 합니다.

 BMW는 iX에 육각형 모양의 핸들을 처음 달았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죠. 12.3인치와 14.9인치 2개 화면으로 구성된 곡선형 디스플레이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합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 협업해 만든 독특한 음향이 들립니다. 차량의 속도와 주행 모드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데, 낮게 깔리듯 들려오는 사운드는 마치 SF영화의 우주선을 조종하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배기음이 고팠던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줍니다.

 iX는 달리는 ‘음악감상실’입니다. 총 30개의 스피커를 갖춘 '바워스앤윌킨스(B&W) 서라운드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여기에 ‘4D 오디오’ 기능을 추가해, 콘서트홀을 방불케 하는 소리와 진동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시트에 내장된 스피커 덕분입니다.

 프로 드라이버가 극찬할 정도로 운동 성능도 뛰어납니다. BMW 측은 “차체의 주요 프레임에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카본)을 사용했다”며 “덕분에 전기차의 약점인 무게를 줄여 보다 민첩한 드라이빙을 구현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친환경 내장재도 아낌없이 적용했습니다. 센터 콘솔에는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의 인증 목재를 사용해 자연 느낌을 살리고, 시트는 올리브 잎을 사용한 베지터블 태닝 가죽으로 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차량 전체에 사용된 열가소성 수지 부품의 20%를 재활용 원료로 만들었습니다. 각종 다이얼은 크리스털로 제작해 포인트를 줬습니다.

 BMW iX xDrive50의 가격은 1억4630만원입니다. 첨단 기능과 슈퍼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행성능, 최고급 실내 인테리어, 차량 곳곳에 적용된 카본 소재 등을 생각하면 조금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회사의 8기통 가솔린 SUV인 ‘X5 M50i(1억4000만원)’와 비교해 볼까요? 시동을 걸면 ‘으르렁’ 소리를 내는 맹수의 등에 올라탈 것인가? 한스 짐머의 우주선에 오를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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