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러 원유 수입 늘리지 말라" 압박…인도 "유럽이 더 문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인도를 향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공개적으로 이를 약속하지 않아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노력에 차질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디 총리와 약 한 시간 진행한 화상 정상회담에서 인도가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은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 에너지나 다른 원자재 수입을 가속하거나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미국이 인도의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 간 회담이 끝난 뒤 백브리핑에서 에너지 수입 문제는 각국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우리는 인도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거나 가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인도의 러시아산 물품 수입 금지에 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인도에 특별히 어떤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소비국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현재 수입량은 전체 에너지 수입의 약 1~2%"라고 덧붙였다. 인도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렸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최소 1300만 배럴 샀다.

지난해 1년간 수입한 1600만 배럴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양이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내려가자 인도가 이를 기회로 수입량을 늘린 것이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인도에 미국과 서방 편에 서라고 요구했느냐'는 보다 직접적인 질문에 "인도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요구와 구체적인 답변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 정상은 한발 물러서서 꽤 상세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을 길고,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입장을 공유했고, 모디 총리는 본인의 입장을 공유했다"라고 말해 양국 간 마찰을 시인했다.

이날 정상회담과 별도로 이뤄진 양국 외교·국방 장관이 참석하는 2+2회담은 워싱턴에서 대면으로 열렸다.

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인도가 아닌,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수치를 보면 이번 달 (인도의 러시아산 에너지) 총 구매액이 유럽의 오후 시간 한나절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인도가 러시아에 대해 더 강한 입장을 취하도록 인도를 회유하려는 듯이 행동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예컨대, 국제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인도의 관심을 호소하고,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부족이 인도 국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와 중국의 밀접한 관계를 상기했다.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지만, 중국과는 국경지대에서 분쟁을 겪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24일께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와 다시 만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