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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회사원 영문도 모른채 생 마감"…'앙심' 살해한 하청업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선업 2차 하청업체 대표 A(54)씨는 약 1년 간 마땅한 일거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9년 2월부터 2020년 4월까지만 해도 1차 협력업체로부터 12척이나 되는 배들의 탱크 보온 작업 공사를 하청받기도 했던 A씨는 그 원인을 ‘커미션’(어떤 일을 맡아 처리해 준 데 대한 대가로서 주는 요금)에서 찾았다.

[연합뉴스·뉴스1]

[연합뉴스·뉴스1]

10살도 넘게 차이 나는 1차 협력업체에서 하도급 계약 체결을 전담하는 팀장 B씨에게 ‘커미션’을 떼 주지 않아 일부러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다.

A씨의 생각은 약 1년이 지나면서 ‘만나면 죽여 버리겠다’는 앙심으로까지 발전했다. B씨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A씨는 지난 2021년 4월 9일 약속도 없이 B씨(당시 38세)의 회사를 직접 찾아갔다. B씨에게 전달하려던 척하는 서류봉투에는 A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가 담겨 있었다.

A씨가 타고 있던 승용차에서 내려 B씨를 처음으로 찌르기까지는 불과 26초 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A씨의 느닷없는 가해행위를 막고 피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치명적인 공격으로 인해 숨졌다.

결국 A씨는 퇴근하려는 B씨에게 서류봉투를 전달하려는 척하면서 방심한 틈을 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살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서 “날씨가 흐려서 찾아갔다. 1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찾아간 것이니 만나게 되면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살해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춥지 않은 4월임에도 불구하고 가죽장갑을 착용하고 흉기가 보이지 않도록 서류봉투 안에 흉기를 숨긴데다 도구 자체가 사람을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히기에 충분했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당시 술에 취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공격을 받고 도망가서 사망할 때까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은 상상하기도 어렵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범행의 계획성을 부인하던 A씨는 2심에서 계획된 범행이었음을 모두 시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했다. 2심은 “A씨는 벌금형 전과 1회 외에는 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는 나름대로 성실한 삶을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28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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