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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구해줘 고맙다, 이젠 힘 합쳐 부진한 팀 구하자" 이랜드 듀오 김원식·김선민

중앙일보

입력

남다른 동기애를 보인 김선민(왼쪽)과 김원식. [사진 서울 이랜드FC]

남다른 동기애를 보인 김선민(왼쪽)과 김원식. [사진 서울 이랜드FC]

"평생 생명의 은인으로 모셔야죠. 하하"

프로축구 서울 이랜드FC 미드필더 김원식(31)이 동료 미드필더 김선민(31)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김원식은 최근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지난달 12일 K리그2(2부리그) 4라운드 김포FC 원정경기 후반 43분 공중볼을 다투다 상대와 충돌해 그라운드로 고꾸라졌다. 그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다. 경기는 즉시 중단됐다.

대부분 선수가 당황해 우왕좌왕하던 순간 김선민이 달려가 김원식의 혀를 잡아당겨 기도를 확보했다. 자칫 놓칠 뻔한 '골든 타임'을 지켰다. 김원식은 의료진이 투입 후 의식을 되찾았다.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일어선 그는 추가시간까지 5분여를 더 뛰었다. 김선민은 "원식이가 쓰러진 뒤, 몸이 굳는 게 보였다. 큰 일이라고 직감해서 달려갔다. 입을 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혀가 말려있더라. 손가락을 집어넣어 잡아 당겼더니, 헛구역질 하면서 의식이 돌아왔다"며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원식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는 김선민. 둘은 인터뷰 내내 부부 같은 케미(궁합)를 보였다. [사진 서울 이랜드FC]

김원식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는 김선민. 둘은 인터뷰 내내 부부 같은 케미(궁합)를 보였다. [사진 서울 이랜드FC]

김원식은 "빨리 깨어난 덕분에 다행히 선민이에게 인공호흡까진 받지 않았다. 다행이다"라고 농담했다. 그는 이어 "선민이에게 '너 때문에 살았다'고 했다. 너무 고마워서, 선민이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미드필더 김원식과 김선민은 같은 목표를 바라본다. 팀의 1부리그 승격이다. 이랜드FC는 2015시즌부터 2부리그에 참가했다. 올해가 창단 8년째다. 여전히 1부리그 승격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구FC(1부)에서 뛰던 김선민은 지난 시즌, 광주FC(지난해 1부) 주장이었던 김원식은 올 시즌 합류했다. 이랜드FC(승점 11·2승 5무 1패)로 6위다. 최근 6경기에서 5무 1패로 주춤했다. 다행히 1위 광주(승점 18)와는 승점 7 차이다. 9라운드(총 44라운드)가 끝난 점을 감안하면 선두 탈환 가능성은 있다. 김선민과 김원식은 지치지 않는 체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중원사령관 역할이다.

김원식은 "올 시즌 선민이와 한 골을 합작하고 싶다. 세리머니도 준비하겠다. 생명의 은인이니, 감사함을 전하고, 우리 둘의 브로맨스를 팬들이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선민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골을 넣어야 한다. 원식아"라며 농담했다. 김선민은 "친구와 둘이서 승격 목표만 바라보고 뛰겠다. 원식아 "내가 널 살렸으니, 너는 우리 팀을 구해다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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