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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檢수사권 뺏어""경찰 어쩌고" 민주 검수완박 2시간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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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검찰 직접수사권을 먼저 빼앗자”, “그러면 대체 경찰은 어떻게 통제하나”
여당 지위를 한 달여 남긴 더불어민주당 5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때아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쟁을 두시간 넘게 벌였다.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달 새 172석 거여의 힘으로 검수완박을 밀어붙일지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격렬하게 맞붙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수사·기소분리TF 팀장을 지낸 박주민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경찰 내 국가수사본부 혹은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는 방안이 지금까지 당내 논의 사항”이라며 “검찰의 직접수사권한 외에도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나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덜어내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12월~2020년 1월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토대로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형사소송법 등 개정)에 따라 현재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는데 이를 모두 경찰 혹은 제3의 수사기관으로 옮기자는 게 ‘검수완박’의 의미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박 의원의 설명 직후 검수완박 강경파 그룹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4월 내 강행 처리’를 주장했다. 지난해 2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을 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현 시점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우선 빼앗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도 동조하는 의견을 냈다.

그러자 검사장 출신 의원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주철현 의원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했고, 검·경수사권도 조정됐지만 1년간 어떤 성과가 있었나”라고 반박했다. 김회재 의원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면 경찰권이 비대화해져 자칫 ‘경찰 파쇼’가 불거질 수 있다. 어떻게 경찰을 통제할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박 의원의 브리핑에 대한 질의응답만 받는 자리였지만 예상치 못한 격론에 사회를 본 고민정 의원이 “찬반 토론은 다음 기회에 해달라”고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채 7일 검수완박 간담회에 이어 12일 의총을 다시 열어 당론화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 “尹에 맞불”…4월 처리 압박  

곧 야당이 될 민주당의 이같은 황급한 움직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대한 반작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찰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 초선 강경파 그룹인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오른쪽)과 최강욱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초선 강경파 그룹인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오른쪽)과 최강욱 의원. 중앙포토

이에 민주당 강경파는 맞불을 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수완박 그룹인 ‘처럼회’ 소속의 최강욱 의원은 지난달 29일 언론인터뷰에서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의 검찰개혁 의지를 여러 차례 확인했고 약속까지 받았다. 만약 다른 낌새가 보이면 약속을 공개할 것”이라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대선 패배 후 새로 입당한 친이재명계 강성 당원도 강경파를 거들고 있다. 이들은 ‘검찰·언론개혁 찬반 의원 명단’을 만들어 친여(親與)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반대 의원에게는 문자폭탄도 뿌렸다. 지목된 의원들은 “저는 검·언 정상화에 찬성한다”(우상호 의원), “저는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고 있다”(김경협 의원)며 페이스북에 해명글까지 쓰는 처지가 됐다. 서울권 초선 의원은 “의총 직전까지 ‘검·언 개혁에 동의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셀 수 없이 많이 받았다. 지지층 요구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관련법이 이날 의총에 같이 오른 것도 역시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결과다.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서 정당 추천 몫을 없애거나, 이사회를 국민추천제로 뽑는 방안으로 지배구조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포털규제 등이 주로 다뤄지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은 깊이 다뤄지지 않자 처럼회 소속인 김용민 의원은 “언론중재법은 언제 처리할 것인가”라며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신중론 폈던 박홍근, 강경파 요구에 휘둘릴까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4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4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목은 원내 전략을 정할 박홍근 원내대표의 입장에 쏠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언론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의 처리 방법과 시점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내비쳤다. 하지만 강경파의 거센 압박에 당내에선 “박 원내대표가 단독처리 기류에 올라탈 수도 있다”(서울권 중진)는 전망도 나온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검찰·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압박과 거야 독주로 인한 6·1지방선거 역풍의 우려 사이에서 박 원내대표가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단 내 기류가 정리될 때까지 갑론을박이 꽤 오래 이어지며 파열음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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