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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취향' 반갑지만, 배터리 아쉽다…아이폰SE3 써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 아이폰SE3. [사진 애플]

애플 아이폰SE3. [사진 애플]

지난달 말부터 국내에서 공식 판매되는 아이폰 SE3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생전 철학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잡스는 스마트폰에 대해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를 강조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그는 홈버튼에 대해 “간략한 기능이고, 당신이 어디에 있든 스마트폰의 홈 화면으로 데려다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폰을 오래 써온 고객들은 “홈버튼이 남아있는 마지막 아이폰이 될지도 모른다”며 SE3 출시를 기다렸다.

기자는 최근 나흘간 3년간 쓰던 갤럭시 노트10+제품의 데이터를 아이폰 SE3에 옮겨 사용해봤다. 본의 아니게 가장 크기가 큰 스마트폰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제품으로 갈아탄 색다른 경험이었다.

홈버튼 그립다면 베젤은 덤

아이폰 SE3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딸깍’ 하고 눌리는 동그란 홈버튼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화면 전면부의 이 홈버튼을 그리워했다면, 엄지손톱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화면 상하 베젤은 감수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나온 스마트폰은 너도나도 홈버튼을 없애기 바빴다. 홈버튼을 없애면서 화면 전면을 스크린으로 시원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외관이 매우 비슷한 아이폰6와 아이폰SE2, 아이폰SE3의 모습 [애플 홈페이지 캡쳐]

외관이 매우 비슷한 아이폰6와 아이폰SE2, 아이폰SE3의 모습 [애플 홈페이지 캡쳐]

반면 SE3의 전면부는 2014년 출시된 아이폰 6와 거의 흡사하고 뒷모습은 2016년 나온 아이폰 7과 비슷하다. 6~8년 전 나온 디스플레이 크기인 4.7인치 화면에 상하 베젤까지 더해지다 보니 가로 화면으로 영상 시청을 즐기는 사용자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4.7인치 화면의 아이폰SE3(위)와 6.8인치 갤럭시 10노트+(아래)로 같은 유튜브 영상을 재생했을 때의 모습. 이수정 기자

4.7인치 화면의 아이폰SE3(위)와 6.8인치 갤럭시 10노트+(아래)로 같은 유튜브 영상을 재생했을 때의 모습. 이수정 기자

작고 가벼워서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보기에는 좋지만 작은 스크린으로 인해 화면에 표시되는 인물의 크기나 자막 크기는 아쉽다. 유튜브 영상에 실시간 채팅 같은 기능을 켜면 영상 크기 차이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같은 기사를 선택했을 때 아이폰SE3(좌)와 대화면 스마트폰(우) 화면에 보이는 내용은 확연하게 차이난다. 이수정 기자

같은 기사를 선택했을 때 아이폰SE3(좌)와 대화면 스마트폰(우) 화면에 보이는 내용은 확연하게 차이난다. 이수정 기자

활자를 읽을 때는 한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더 크게 차이 난다. 같은 인터넷 기사를 두 개의 스마트폰에 동시에 띄웠을 때 4.7인치 화면에서는 기사 제목과 그래픽의 일부만 확인할 수 있지만 6.8인치 화면으로는 제목과 그래픽 전부를 확인할 수 있다.〈사진 참고〉

화면 자체가 작다 보니 메시지를 잘못 입력되는 경우도 잦았다. 잡스처럼 ‘작은 폰’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대화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SE3를 선택하는 ‘회귀’는 쉽지 않아 보였다.

작고 가볍지만…아쉬운 배터리 사용량

신용카드 크기의 사원증(왼쪽)과 아이폰SE3(가운데), 갤럭시노트10+(오른쪽) 크기 비교. 이수정 기자

신용카드 크기의 사원증(왼쪽)과 아이폰SE3(가운데), 갤럭시노트10+(오른쪽) 크기 비교. 이수정 기자

SE3의 확실한 장점은 작고 가볍다는 점이다. 가로가 6.73㎝, 세로는 13.8㎝ 크기로 신용카드보다 약간 큰 정도다. 무게는 144g으로 애플의 최신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 13 프로맥스(238g)보다 94g이나 가볍다.

하지만 작고 가벼움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애플은 SE3에 자체 제작한 A15 바이오닉 칩을 탑재하면서 배터리 사용 시간이 최대 15시간의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A15 바이오닉은 아이폰 13에 탑재된 최신 칩이다. 같은 라인 이전 모델인 SE2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2시간 늘어났다. SE3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2018mAh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SE3 배터리 사용량을 보여주는 화면. 이수정 기자

아이폰SE3 배터리 사용량을 보여주는 화면. 이수정 기자

기자가 오전 8시쯤 100%로 충전된 아이폰 SE3를 추가 충전 없이 사용했을 때 오후 9시쯤이 되면 배터리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틀은 하루 중 6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하루는 9시간 넘게 사용해 늦은 밤 추가 충전이 필요했다.

주로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과 네이버 카페 앱, 사파리, 기사 작성 프로그램 정도다. 유튜브 등 영상 재생은 거의 하지 않고 게임도 켜지 않았다. 업무용으로만 썼을 때 5~6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만약 외부 활동이 잦은 SE3 사용자라면 추가 배터리 충전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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