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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강행 물들 일반 독자와 거리 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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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남-북 교류와 통일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이에 관한 정기 간행물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간행물들이 대부분 국민들의 통일욕구를 충족시킬 만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독자들 또한 이를 반공 이념지 정도로 여겨 외면하고 있어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북한 및 통일문제 전문지로는「북한」「통일한국」「월간통일」「민족통일」등 월간 10여종과 계간「북한 연구」가 있고,「공산권 연구」「국제문제」「국제정세」「전망」등의 잡지도 이같은 문제를 자주취급하고 있다. 잡지 협회에 따르면 최근 2종의 북한전문지가 등록을 마쳐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연구소가 19년째 내고 있는「북한」지는 이 분야에서 가장 관록 있는 것으로 월 2만 부를 제작, 정부기관·교육기관·사회단체·일부기업 등 단체들과「북한학회」회원(5백여 명)및 북한연구 학생 등 정기 구독자들에게 보내며 일부는 서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나. 시장형성은 미미한 상대다.

<최근 2종 창간준비>
창간 7년째를 맞는「통일한국」(평화문제 연구소간) 도 월 2만 부를 발행하고 있으나 서점을 통한 판매가 부진하여 정부기관·교육기관 등의 정기 구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북한 및 통일문제를 다루는 간행물의 상당수는 통일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민족통일 협의회에서 10년째 내고 있는「월간통일」(월 2만 부)은 1백% 통일원의 지원에 의존, 비매품으로 회원들과 행정기관·각계인사들에게 보내고 있다. 이들 간행물들이 지원 금 영향으로 정부의 통일정책 홍보 내지 안보교육 자료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당연한 귀결.
이에 비해 대륙 연구소에서 계간지로 최근 창간한「북한연구」나 20여 년간 평화 통일론을 주장해 온 민족통일 촉진회의 회원들이 비매품으로 1천5백부 정도 제작·배포하는「민족통 일」같은 것은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논문 지 같은 성격이어서 일반독자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 간행물의 발행인들은 대부분 정부나 대기업이 제작에 관여함이 없이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종국적으로는 서점 판매를 통한「독자확보가 살길」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층의 관심과 구매의욕을 고려한 새로운 기획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직도 구 태 못 벗어>
이들 간행물의 최근호 내용을 보면「북한」「통일 한국」10월 호가 모두 서울에서 열렸던 제1차 남-북 총리회담을 시사현안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이밖에「북한」지는 북한내부 소개에 치중해 관광정책 및 가이드·인민군 창건과정·국토개발 체제 등을 비롯, 북한의 인물론·하천「시리즈」를 실은 데 비해「통일 한국」은「통일의 걸림돌 연구」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북한주민의 의식구조와 영화배우 얘기를 담고 있다.
이렇듯 나름대로 과거보다는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구 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북한 전문가 김남식씨는『각급 학교에서 북한에 대한 교육이제대로 안돼 성인이 된 뒤에
도 북한에 관한 것이라면 판에 박힌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관련서적을 읽으려 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전제, 『북한 문제를 접하고 글쓰는 이들이 북한연구의 방향·관점이 제대로 잡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자신의 편견을 유지한 채 글을 쓴다면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지의 고태우 편집부장은『최근 대학원생들 가운데 북한연구 희망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히고「북한」지에서도「신세대논단」등을 통해 젊은 계층의 필자와 독자를 함께 늘려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고씨는 그러나 국내의 북한연구자들이 2백 명에 불과,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가 4백 명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필진의 절대부족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자료 대폭 공개해야>
「북한연구」지의 신광식 편집장도『필자들 사이에서도 세대간의 인식차이가 큰데다 서로 배타적 경향을 보여 가뜩이나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지적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귀옥씨(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북한연구)는『북한주민들의 생활상을 많이 소개하는 내용이 되어야 하고 북한에서 간행된 잡지들의 내용 중 우리 쪽에 소개할 만한 것도 과감하게 실어야 할 것』이라는 독자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북한」지의 고대우씨는『북한의 생활정보를 많이 담아야 독자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은 느끼지만 문서 자료에만 의존하여 분석을 해야 하는 북한연구소 관계자들도 정보부족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일한국」발행인 신영석씨(평화문제 연구소장)는『국민들의 통일에의 관심은 크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책들을 외면하는 상황을 볼 때 말과 행동의 괴리를 느낀다』면서 결론적으로『정부 홍보보다 남북의 객관적 실체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객관적으로 보도하고자 하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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