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후보자 “가계부채 큰 부담, 금리로 연착륙 시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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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국회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그는 “(시장의) 이자율이 균형 이자율(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기준금리)보다 너무 낮으면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나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고, 국가 경제 안정화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을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분명히 시그널(신호)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하겠다는 의지도 비췄다. 이 후보자는 “한은 총재가 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과 다 같이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지 중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거 같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연결돼 중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자는 그의 통화정책 성향이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파’라는 시각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금통위원들과 예상치 못한 변수가 현실화된 것들(경기 하방 위험)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종합적으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비둘기파라는 시각이 나온 데는 지난 30일 그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인터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낸 보고서를 보면 다운 사이드리스크(하방 위험)로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 19로 인한 슬로우 다운(경기둔화) 등 세 가지를 제기한 것이 모두 실현됐다”고 말했다. 경기가 침체할 우려가 커진 만큼 이 후보자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또 이 후보자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자본유출 등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금리 격차가 너무 크면 바람직하진 않지만, 미국이 워낙 펀더멘털(기초체력) 좋고 성장률과 물가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한미간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한국의 펀더멘털을 볼 때, 한미간의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오히려 걱정은 금리 격차로 환율이 절하(원화가치 하락)하는 쪽으로 작용할 텐데, 물가에 주는 영향을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물가 오름세에 대해선 “상반기는 3.1%보다 높고, 하반기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대 등 경제 변수가 아니라 전쟁, 바이러스 등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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