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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전면 금지에 업주는 “설거지 더 문제” 손님은 “위생 괜찮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8일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에 일회용컵이 쌓여 있다. 뉴스1

지난 28일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에 일회용컵이 쌓여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확산하면서 재택과 회사 근무를 번갈아 하는 직장인 김모(49)씨는 며칠 전 출근길에 즐겨 찾던 카페에 들렀다 당황했다. 매장 직원이 “1회용 컵 사용금지 시범 카페여서 1000원을 더 내고 플라스틱 컵을 이용하고 나중에 반환하면 1000원을 돌려주겠다”고 해서다. 코로나19 확산 상황 탓에 일회용 컵을 주는 다른 카페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한번 해 보자’는 심정으로 커피를 사 들고 나왔다. 하지만 찜찜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는 “환경보호 정책에 공감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데 돌려쓰는 컵에 커피를 마시기 거북스러워 몇 모금 마시다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컵이 얼마나 위생적으로 처리돼 재사용되는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시범 카페서 “플라스틱 컵 이용 1000원 내라” 

다음달 1일부터 커피전문점과 일반음식점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 환경부는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2016년 12월부터 시행해왔으나 코로나19가 발발하자 2020년 2월 지자체가 한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폐기물 발생이 증가하자 다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 개정안을 올해 1월 고시했다. 위반한 사업장은 최대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6월부터는 일회용품 보증금제도 시행된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위생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은 물론 “가뜩이나 힘겨운데 영업하기 더 힘들어졌다”는 업체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금지 지침에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에 약 20개 가맹점이 있는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컵 한 개에 70원이라 한 달에 보통 70만원이 쓰인다”라며 “설거지 업무 때문에 직원 한 명을 둬야 해 인건비에 더욱 큰 돈이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양성 판정을 받은 직원들 급여는 계속 주며 매장을 운영한다”며 “설거지를 하면 세제도 많이 써야 하는데 그게 더 환경오염 원인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휘핑크림이나 과일소스, 연유 등이 첨가된 음료를 마신 컵은 닦이지도 않는다”며 “음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가 컵을 받는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바이러스 전파 우려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장마다 무인 컵 반납기를 설치하라는 대안도 나왔지만 개당 100만원 정도 든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열감지기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 기기도 샀는데 또 다른 장비를 구입하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업체들은 6월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보증금제에 더욱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6월부터 매장 밖으로 갖고 나가는 테이크아웃 음료에 대해서 보증금 300원을 내도록 했다. 컵마다 보증금의 반환 여부를 알아볼 수 있도록 바코드를 부착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커피 업체 관계자는 “바코드가 포함된 스티커를 직원들이 계속 붙여야 하고 반환 업무까지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코드 사용으로 300원 반환이 불가능할 경우 현금을 줘야 하는데 동전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위생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마포구청 관계자들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안내문을 전달하고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마포구청 관계자들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안내문을 전달하고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거지로 세제 많이 쓰는 게 더 심각한 환경오염”

다른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형 매장은 반환된 컵을 보관할 장소라도 있지, 작은 매장은 직원들이 서 있는 자리도 부족하다”며 “컵을 오래 쌓아 두면 냄새도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수년째 적자라며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추어식 정책으로 자영업자만 계속 두들겨 팬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28일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현장 사정, 민생 경제 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고, 자영업자는 과태료가 무서워 실랑이가 나올 수 있다”며 “환경보호 차원에서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코로나19에 자유로워질 때까지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충분한 계도 기간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일회용품 쓰레기가 계속 나와 보관할 장소조차 찾기 힘들다”며 “식당에서는 그릇을 쓰면서 카페에서는 머그잔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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