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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경제 수도' 상하이 봉쇄...中 5.5% 성장에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지난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지난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上海)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단계적 봉쇄에 들어가면서다. 지난 14~20일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深圳)에 이어 상하이 봉쇄까지 이어지며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5.5% 안팎) 달성에도 먹구름이 꼈다. 세계의 공장이 멈춰 서며, 세계 경제도 충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8일 상하이시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단계적 봉쇄 조치를 적용했다. 황푸(黃浦) 강을 기준으로 8일간 도시를 동서로 절반씩 나눠 차례로 봉쇄한다. 동쪽인 푸둥(浦東) 지역이 28~31일 4일간 봉쇄된다. 서쪽인 푸시(浦西) 지역은 다음 달 1~4일 봉쇄된다.

봉쇄 구역 내에서 의료 등 핵심 공공 서비스와 택배, 식료품 공급 등 필수 업종 종사자를 제외한 전 주민은 집에 머무른 채 단지별로 이뤄지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외출도 할 수 없고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된다. 기업은 재택근무로 전환해야 한다. 상하이 시 당국은 약 2500만명의 시민에 대한 코로나19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경제 수도'인 상하이의 봉쇄란 강력한 처방을 꺼내든 것은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급격히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상하이의 신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지난 23일(983명)까지 1000명 이하를 유지했지만, 이튿날인 24일(1592명)을 시작으로 25일(2269명)과 26일(2678명)까지 2000명대를 빠르게 넘어섰다.

상하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상하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상하이의 경제 활동이 사실상 멈춰 서게 되며 중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상하이는 중국의 금융·무역 중심지다. 상하이 푸둥 지역에는 증권거래소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각 금융회사가 몰려 있다. 중국 최대 규모의 수출입 항구가 있는 데다, 창장삼각주의 주요 도시인 상하이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자동차 업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당장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이날부터 봉쇄 지역에 포함됐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3위(시가총액 기준) 규모의 대형 거래소다. 상하이 거래소는 이날 정상 개장했지만, 봉쇄 조치에 따라 기업공개(IPO) 승인 회의와 사업신고 등의 주요 소통 업무를 온라인이나 전화 소통 등의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전환에도 주요 업무 전반에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거래소 측은 이날 상장사의 2021년 사업보고서 등 연간 실적을 예정대로 발표하기 어려울 경우 다음 달 30일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종 신고 업무나 심사에서 거래소 측의 문의에 답변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거래소 측에 심사 중지를 요청하도록 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물동량(홍콩 해운항구국·2020년 기준)을 자랑하는 상하이항은 당장의 봉쇄 조치는 피하며 한 시름을 놨다. 항만을 운영하는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봉쇄 기간에도 항만 물류는 24시간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난해 8월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주요 항구인 저장(浙江)성 닝보저우산(寧波舟山)항이 임시 폐쇄된 전례가 있고, 이달 초 선전(深圳)도 봉쇄조치에 따라 물류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다. 반도체 업체에도 발등이 떨어졌다.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와 화홍 반도체 등 굵직한 반도체 기업 본사나 제조 공장이 상하이에 있는 데다 상하이와 가까운 저장성 지역에도 각종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어서다.

SMIC와 화홍 반도체 측은 이날 “제조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직원들이 공장에만 머물고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건 당국이 공장 가동을 허용하면서다.

SCMP는 “상하이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장장(张江) 마을의 일부 거주구역이 봉쇄 지역에 포함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이 새로운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며 “상하이시가 지역 전체로 봉쇄령을 확대할 경우 중국 반도체 공급망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봉쇄령에 따라 상하이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최소 하루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며 “가동 중단을 연장할지는 직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하이에는 수백개의 글로벌 기업 지역본부와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 등의 공장도 있다"며 이번 봉쇄 조치에 따른 경제 손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중국 연간 성장률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국 연간 성장률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상하이 봉쇄령의 여파로 가뜩이나 갈 길 바쁜 중국 경제는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상하이는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의 3.8%를 차지했다. 생산과 물류를 떠받치는 ‘경제 수도’가 봉쇄령으로 멈춰 서면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더 고꾸라질 전망이다. 올해 성장률 목표인 5.5% 안팎조차 달성이 불확실해졌다.

류 페이첸 영국 넷웨스트 그룹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 봉쇄령이 8일간 이어지는 영향으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며 “서비스 산업과 소비 부문이 회복하는 데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캐스터 팡 야마이치 수석 리서치 부문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올해 출발이 이미 취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하이의 부분적 봉쇄와 다른 지역으로의 봉쇄 확대 가능성은 중국이 올해 5.5%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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