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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수위 '정부 출범뒤 조직개편' 검토…"先조각 後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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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4월 초 정부조직개편 초안을 만든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27일 “화요일(3월 29일)까지 보고를 받고 4월 초에 1차 초안을 만들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게 실현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초안은 러프(rough·대략적인)한 형태”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인수위가 정부 조직개편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등에 반대하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내부에서는 윤석열 정부 초기에 불거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정부 출범 전 개편안이 통과되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플랜B’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여론 수렴과 숙의를 거쳐 정부 출범 후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일단 현행 부처를 기준으로 조각(組閣)한 뒤 정부 조직을 나중에 바꾸는 선(先) 조각, 후(後) 개편 방식도 가능하다”며 “인수위에서 대안까지 포함한 개편안을 보고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종안을 선택하고 개편 시기 등도 결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회 통과 시기와 상관없이 인수위는 남은 기간 최적의 개편안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만약 ‘선 조각 후 개편’ 방안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향후 폐지되거나 통합되는 부처의 장으로 임명된 인사들은 일종의 ‘임시직’으로 일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통폐합이 예상되는 부처라도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활약할 수 있는 인재들을 인선하지 않겠나”라며 “이들은 향후 정부 인선 등에서 우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폐지를 공언한 여가부는 장관은 비워두고 차관만 임명하는 방안을 거론 중이라고 한다.

인수위 내부에서 조직개편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든 것은 여소야대 구도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출범 전 개편안 통과’만을 상수로 놓고 밀어붙이다가는 정부 시작부터 국회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최근 인수위에서는 이명박(MB) 정부 시절의 정부조직 개편 갈등 사례도 거론됐다고 한다. MB는 통일부와 여가부를 폐지하는 등 18부4처18청을 13부2처17청으로 줄이는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의 반발 속에 정부 출범 직전 15부2처18청으로 한발 물러섰다. 통일부와 여성부가 살아남으면서 남주홍 통일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를 급하게 내정했지만, 이들은 청문회에서 부동산 논란 끝에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당시 조직 개편을 너무 서두르다가 출발부터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 일각에서는 민감한 조직 개편을 제외한 ‘소폭 개정안’을 정부 출범 전 통과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의 정부 조직 개편 구상이 시작부터 후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내부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는 27일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여성 인권 보호와 양성평등 기능은 오히려 더 보완하는 등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는 27일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여성 인권 보호와 양성평등 기능은 오히려 더 보완하는 등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인수위 측은 국회를 설득할 개편안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여가부의 경우 폐지되더라도 여성 인권 보호와 양성평등 기능은 외려 보완하는 등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행정부·법무부 장관을 비정치인으로 인선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조각 모두 차기 정부의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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