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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80만명 찾는 '대통령 별장' 청남대…靑개방 불똥 튈까 떤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靑南臺).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청와대 개방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옛 대통령 별장 곳곳이 봄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작업자 몇몇이 산책로와 새로 문을 열 기념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청와대 본관을 60%로 축소한 대통령기념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관람객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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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청와대 개방 여부를 놓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청와대가 개방되면 ‘대통령만의 비밀스러운 별장’이라는 청남대 위상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상주했던 공간이라면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의 휴식 공간이다.

이날 청남대를 찾은 변모(55·경기 성남시)씨는 “청와대는 대통령이 1년 내내 머무르며 실제 집무를 본 곳이라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며 “청와대를 개방하면 아무래도 청남대를 찾는 사람이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문 열면 청남대 관심 식을라” 

청남대에 있는 대통령 기념관은 실제 청와대 본관의 60% 크기로 만들었다. [사진 충북도]

청남대에 있는 대통령 기념관은 실제 청와대 본관의 60% 크기로 만들었다. [사진 충북도]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란 뜻을 갖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83년 건설 후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름 휴가 등을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 18일 청남대 소유권을 충북도에 이양했다. “권위주의 상징인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거 공약에 따른 결정이었다. 청남대는 개방 첫해 53만 명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연간 관람객 규모는 80만 명 정도다.

청남대는 대청호변 184만4000㎡ 부지에 본관과 골프장,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이 있다. 본관은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 기간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집무를 본 공간이다. 1층에 회의실과 접견실 등이 있고 2층은 대통령 가족 전용공간으로 침실·서재·거실·식당 등이 있다.

전두환때 건설…노무현은 국민에 개방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 소유권 이양을 하루 앞둔 2003년 4월 17일 청남대 골프장 잔디밭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청남대관리사업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 소유권 이양을 하루 앞둔 2003년 4월 17일 청남대 골프장 잔디밭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청남대관리사업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 코스 옆에 위치한 골프장(5만4545㎡)은 숲을 배경으로 한 경관이 일품이다. 단풍나무와 소나무, 영산홍 등 조경수가 있어 계절마다 풍경이 바뀐다. 청남대 안에 조성된 길이 13.5㎞ 탐방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의 산책 코스로 꼽힌다.

축구·국궁·배구·야구·게이트볼장으로 쓰였던 옛 헬기장은 4463㎡ 규모의 잔디광장으로 변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민과 함께 청남대 개방 행사를 한 장소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를 개방하면 오히려 청남대를 찾는 관람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를 공원으로 만들어 개방할 경우 국민들이 모르고 있던 ‘대통령 전용 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남대는 과거 대통령들의 휴양지이자 제2 집무실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주민 이홍구(65)씨는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대청호를 따라 산책길도 잘 조성돼 있다”며 “대통령의 전용 공간이라는 희소성에 수려한 관광여건을 갖춘 만큼 청와대가 개방한다고 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남대 4㎞ 탐방로,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청남대 본관 전경. [사진 충북도]

청남대 본관 전경. [사진 충북도]

다음 달 11일 문을 열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도 청남대의 킬러 콘텐트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 휴식 공간과 별도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8인의 행정수반 동상과 업적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인 전시관에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임시정부 활동 등 유물과 기록을 관람할 수 있다.

기념관 주변에는 임시정부 행정수반을 지낸 8인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지낸 우남 이승만을 비롯해 백암 박은식, 석주 이상룡, 만오 홍진, 석오 이동녕, 신암 송병조, 우강 양기탁,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이다. 청남대 입구 탐방로(4㎞)에 들어선 시설들은 참배와 함께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청남대는 청와대보다 부지가 훨씬 넓은 데다 임시정부기념관까지 개관을 앞둔 상태”라며 “청와대에 없는 기념관과 기록, 자료, 동상, 산책로 등이 청남대에 많다는 점을 더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동상 존폐 갈등…역사 과오 안내판

충북도는 5·18 관련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이전 설치하고, 그의 사법적 과오가 담긴 안내판을 추가 설치했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상 뒤편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이 보인다. [연합뉴스]

충북도는 5·18 관련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이전 설치하고, 그의 사법적 과오가 담긴 안내판을 추가 설치했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상 뒤편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이 보인다. [연합뉴스]

청남대는 2020년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 논란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당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충북도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 방침을 정하면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조형물들은 충북도가 2015년 청남대 안에 세운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 중 하나다.

동상 철거를 놓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한 민간인이 전두환 동상의 목 부위를 쇠톱으로 자르려한 사건도 벌어졌다. 충북도는 갈등이 심해지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남기는 대신 역사적 과오를 적은 안내판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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