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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공시가 적용? 세부담 상한 조정?…보유세 셈법 복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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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문재인 정부 들어 줄곧 부동산 과세를 강화해 온 정부가 실수요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 대책을 23일 발표한다. 최근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데다, 세 부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졌다는 비판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23일 올해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과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주택을 보유한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 주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책 발표를 예고했었다.

보유세 2년전으로 돌리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유세 2년전으로 돌리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유세 경감을 위해 홍 부총리는 ▶현행 150%인 세 부담 상한 조정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산정 시 지난해 공시가격 활용 ▶고령자 종부세 납부 유예 제도 도입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홍 부총리가 밝힌 안대로면 올해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 18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더 강한 보유세 경감 대책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3일 발표하는 정부 대책에서는 보유세를 2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까지 포함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우선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돌리면 세수가 줄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으로 보유세를 동결하는 방안에 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또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세 부담 상한선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보유세 증가 폭을 줄이거나 지난해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감소하는 보유세 폭이 개별 주택마다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보유세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발표하되, 그 방법으로 지난해 공시가격을 올해 보유세 산정에 적용하는 안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방법을 쓰려면 법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국회 몫으로 돌리게 된다. 이럴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난해가 아니라 2년 전 공시가격을 보유세 산정에 적용하는 방안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23일 발표할 대책에서 보유세를 2년 전으로 돌리는 방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와 유사한 수준의 보유세 경감 방안이 추가로 나올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보유세를 2년 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중앙일보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2년 전으로 보유세를 낮추면 지난해보다 얼마나 세 부담이 줄어드는지 계산해 본 결과 공시가격이 높은 고가 아파트일수록 감세효과를 더 많이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을 더 올리는 정책을 쓴 데다, 보유세가 누진세 체계로 이뤄졌기 때문에 아파트값이 비싸면 감면 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공시가격 43억4600만원인 한남더힐(전용면적 235.31㎡) 아파트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농어촌특별세) 총액은 5637만7104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 한남더힐 아파트 보유세(4434만2880원)를 올해 적용하면, 지난해보다 1203만4224원을 덜 내게 된다.

지난해 공시가 33억6900만원인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114.17㎡), 공시가 33억9500만원인 반포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113.96㎡)도 2020년 수준으로 보유세를 낮추면 지난해보다 각각 830만4768원, 572만8752원 세 부담이 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권 입맛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공시가격으로 세 부담을 고무줄처럼 조정할 게 아니라, 세법 개정을 통해 안정적인 과세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보유세는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올리고 취득세나 양도세 같은 거래세는 낮추는 체계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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