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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이전 발표 다음날…文정부, 이례적 사이버방호태세 격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잇따른 북한 미사일 위협 등을 이유로 21일 오전 9시에 국방 사이버방호태세(CPCON)를 한 단계 올렸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이튿날의 일이어서 군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조감도에서 집무실이 들어설 현재의 국방부 청사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조감도에서 집무실이 들어설 현재의 국방부 청사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방부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CPCON을 기존 Ⅳ급(사이버 위협 증가)에서 Ⅲ급(사이버 위협 향상)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사이버 공간 충돌과 북한 미사일 위협의 사이버 확대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이 10차례 강행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위협”이라고 밝혔다.

총 5단계(Ⅰ~Ⅴ급)로 구성된 CPCON을 국방부가 격상하기는 지난해 8월 3일 이후 7개월 만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Ⅴ급(평시)에서 Ⅳ급으로 올릴 당시엔 그 배경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핵심 부서는 바로 옆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옮긴다. 연합뉴스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핵심 부서는 바로 옆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옮긴다. 연합뉴스

반면에 이번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며 Ⅲ급(사이버 위협 향상) 격상을 알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지난 1월부터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느냐”며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한 달 가까이 지난 상황인데, 이를 격상 이유로 드는 것은 시점상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확정된 다음 날 이런 발표가 있다 보니 군 내에서도 오해를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내에서 청사 이전을 앞두고 “이사 과정에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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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사이버 위기 평가 자의적"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사이버 위기 평가가 자의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이 원자력연구원 해킹 사실을 발표하고 난 뒤 열린 청와대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조차 북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며 “이후 국가정보원은 물론 국방부도 한 달 가까이 CPCON을 ‘평시’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실제 위협과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게다가 당시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까지 확인된 상태였다”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정부가 임기 말에 태도를 바꾸니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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