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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처, 尹 '독소조항 폐지' 정면 반발…"인권침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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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사법개혁 공약 발표를 통해 "공수처법 24조 때문에 공수처가 검경 내사·수사첩보를 이관받아 깔고 뭉개면 권력 비리에 대한 국가의 사정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 회의감이 계속된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김진욱 공수처장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사법개혁 공약 발표를 통해 "공수처법 24조 때문에 공수처가 검경 내사·수사첩보를 이관받아 깔고 뭉개면 권력 비리에 대한 국가의 사정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 회의감이 계속된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공수처는 윤 당선인이 ‘독소 조항’이라 규정한 ‘공수처법 24조’ 폐지 공약에 대해 17일 “위 규정을 통해 기존 수사 기관의 사건 임의 축소 및 확대와 사건 은폐 의혹을 방지할 수 있다”며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의 질의에 “기관별 중복 수사가 진행될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의 수사 기밀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이중 조사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관련 공약을 발표하며 “공수처법 24조 때문에 공수처가 검경 내사·수사첩보를 이관받아 깔고 뭉개면 권력 비리에 대한 국가의 사정 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법률 조항을 두고 대통령 당선인과 공수처의 입장이 엇갈린 것이다.

지난달 1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의도 당사에서 공수처법 24조 페지 공약을 발표하던 모습. [뉴스1]

지난달 1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의도 당사에서 공수처법 24조 페지 공약을 발표하던 모습. [뉴스1]

‘공수처법 24조’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우위권을 보장한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은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요구할 경우 사건을 넘겨줘야 한다. 고위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알게 된 경우에는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가 원할 경우 경찰과 검찰이 진행 예정인, 혹은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은 무엇이든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공수처는 가져온 사건을 검토한 뒤 경찰과 검찰에 재이첩할 수도 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때부터 해당 조항을 ‘독소 조항’이라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공수처를 수사 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와 정권에 민감한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온 뒤 ‘뭉개기’를 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국회가 검찰과 협의 없이 밀어붙여 “뒤통수를 맞았다”라고도 했다.

실제 공수처가 출범한 뒤 검찰과 공수처는 이 조항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

지난해 수원지검 형사 3부(이정섭 부장검사)가 수사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금지’ 의혹의 경우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사건을 재이첩하며 “기소 권한이 아닌 수사 권한만 이첩할 테니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공수처로 다시 사건을 넘겨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기 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자신의 관용차로 피의자 신분이던 이성윤 고검장을 에스코트 조사(황제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봐주기 논란’도 일었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3월 7일 오후 5시 11분쯤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 인근 도로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인 검은색 제네시스에서 내리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다. TV조선 캡처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3월 7일 오후 5시 11분쯤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 인근 도로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인 검은색 제네시스에서 내리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다. TV조선 캡처

당시 검찰에선 ‘조건부 재이첩’은 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이성윤 고검장과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을 재이첩 없이 기소했고 법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9개월가량 수사를 하다 결론을 내지 않고 12월에 검찰에 재이첩해 ‘뭉개기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공수처에서 사건을 이첩받고 약 열흘 뒤 이 검사를 기소했다. 공수처는 “의혹의 나머지 부분을 수사한 중앙지검이 합일적으로 최종 처분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했지만, 한 현직 부장검사는 “8개월간 수사할 사건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오랜 기간 수사한 사건의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도 의아스럽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런 공수처의 입장과 관련해 “독소조항 폐지는 공약집에도 들어간 사안”이라며 “법안 개정을 약속대로 추진할 것”이라 전했다. 이미 국민의힘에선 관련 조항을 폐지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경찰, 검찰과 달리 공수처에선 파견도 받지 않았다. 김형동 의원은 “공수처법 일부 조항은 공수처의 우월적ㆍ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수사기관의 자율성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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