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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 인수위 뜯어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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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들어서기 앞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들어서기 앞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 윤석열 정부를 준비할 인수위원회 인선이 16일 끝났습니다.
윤석열은 인수위 구성의 원칙에 대해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위해 각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을 (인수위원으로) 모셔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MB(이명박)정부 2기’라고 비판합니다. 둘 다 맞습니다.

2. 윤석열 인수위의 성격은 인수위원을 보면 압니다. 가장 중요한 경제1분과 간사 최상목(59ㆍ농협대 총장)이 대표적입니다.
최상목은 최고의 엘리트 경제관료입니다.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미국 코넬대 경제학박사입니다. 재경부(기재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쳐 박근혜 대통령 시절 경제금융비서관과 차관까지 지냈습니다.
최상목은 ‘이명박의 경제가정교사’로 불리던 강만수 전 재경부장관의 최측근입니다. 2008년 이명박 인수위 시절 강만수 차관이 ‘경제1분과 간사’로 들어가면서 데리고간 실무위원이 최상목입니다. 강만수 간사가 정권출범과 동시에 재경부장관이 되면서 정책보좌관으로 중용합니다.
최상목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승승장구하다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최순실 사건에 연루됩니다. 대기업들을 상대로 최순실이 만든 미르재단에 출연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논란입니다. 기소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야인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최상목은 ‘최고 엘리트’라는 첫번째 특성과 ‘MB색깔’이란 두번째 특성을 동시에 대표합니다.

3. 핵심 포스트엔 ‘최고 엘리트’라는 첫번째 특성이 더 두드러집니다.

경제1분과는 경제정책을 만드는 곳이며, 경제2분과는 산업정책을 만드는 곳입니다. 2분과 간사로 임명된 이창양(60ㆍ카이스트 교수) 역시 최고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입니다.
이창양은 서울대 정치학ㆍ경제학 복수전공으로 행정고시 수석합격자입니다. 산업부에 근무하던 중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해 석ㆍ박사(기술혁신경제학)를 마친 다음 카이스트 교수가 됐습니다. 경력과 전공 덕분에 대기업 사외이사와 자문위원으로 광범하게 활동해 현장감각까지 갖췄습니다.

4. 그러다보니 24명 인수위원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13명이나 됩니다. 직업별로는 현직 교수가 11명이나 됩니다.
각 분과마다 실력파 교수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예컨대 정치인이 간사를 맡고 있는 과학기술교육분과에 김창경(63ㆍ한양대교수ㆍ미국 MIT박사) 사회복지분과에 안상훈(53ㆍ서울대교수ㆍ스웨덴 웁살라 박사) 등등 모두 해당분야의 실력자들입니다.

5. 이런 화려한 학벌은..윤석열(서울대 법대)은 물론 지휘부인 인수위원장 안철수(서울대 의대) 부위원장 권영세(서울대 법대) 기획위원장 원희룡(서울대 법대)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6. ‘MB색깔’이란 두번째 특성은 비경제분야에서 더 뚜렷합니다. 특히 외교안보분과.

간사 김성한(62ㆍ고려대교수)은 윤석열의 초등학교동창으로 MB대통령 직속 각종위원회에서 맹활약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습니다.
더 논란이 되는 인물은 김태효(55ㆍ성균관대교수)입니다. MB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지내며 ‘비핵ㆍ개방ㆍ3000’이라는 보수적 대북정책을 만들었습니다. 북한이 핵포기하고 개방하면 대북투자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끌어올려준다..이런 주장인지라 당연히 북한의 반발을 샀습니다.

김태효에 대한 더 큰 논란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기위해 국정원과 군을 동원해 댓글공작을 벌이는데 가담했다는 의혹입니다. 1심에서 벌금형, 2심에서 선고유예,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형벌은 약하지만 정치적으론 민감한 사안입니다.

7. 사실 MB색의 원천은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석열의 측근 정치인들입니다.
윤핵관으로 찍혀 물러났다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복귀한 장제원 의원, ‘MB사면’카드를 던진 권성동 의원, 청와대이전을 담당한 윤한홍 의원이 대표들입니다.

8. 이들이 윤석열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수위원을 뽑았습니다.
그러니 윤석열 인수위,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MB식 보수색깔을 띌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MB정부보다는 더 유능해야겠죠?
〈칼럼니스트〉
202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