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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0.73% 대선불복의 징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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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1. 대통령직 인수인계 상황에서 이런 난투극은 처음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20일‘용산으로 대통령실 옮기겠다’며 브리핑한지 하루만에 청와대가 사실상 ‘협력불가’방침을 밝혔습니다.

2.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직후 오후 브리핑에서 반대방침을 밝혔습니다. ‘안보’를 앞세운 점, 국방부와 합참에 경고한 대목이 이색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 시대를 공약한 바 있어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뜻에 공감한다.

-국방부와 합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이전이 안보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임기 마지막 날(5월9일) 밤 12시까지 국가안보와 군통수는 현 대통령의 책무다. 국방부와 합참, 관련기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주기 바란다.

3. 청와대의 입장은 21일 아침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습니다. 박수현 수석은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인계 협력’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모범적인 인수인계,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지시하셨고..두 분이 만나면..국민 곁으로 청와대가 가겠다고 하는 당선인 의지를 잘 실현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것도 함께 말씀 나누게되지 않을까..저희도 광화문 시대 열겠다고 공약했습니다만..당선인의 의지가 잘 지켜지기를 저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4. 전혀 다른 분위기가 먼저 감지된 건 민주당입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21일 오전 회의에서 ‘청와대 이전’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당선 열흘만에 불통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당선인이란 분이 새 집을 꾸밀 궁리만하고 있으니 참담하다.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 재앙과 같은 선택이다..이러니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5.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을 대변해온 친문 윤호중의 목소리엔 이재명 지지자들의 주장까지 실렸습니다. 최근 이재명 지지자들이 윤호중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렸다는 문자폭탄의 내용이 그렇습니다.

‘0.73% 차이로 패배한 대선결과를 극복하고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임을 위해 개혁입법 조속처리해야 합니다..’

6. 민주당 강경파와 이재명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결합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0.73% 대선패배..졌지만 잘 싸운 선거다. 이재명 잘못이 아니다.

-패배 원인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개혁입법을 더 강하게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과감하게 개혁입법을 밀어붙여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대선패배를 극복해야 한다.

7. 결국 0.73% 박빙이 문제입니다. 강경파들은 마음 속으론 승복하지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정치판의 관심은 ‘박빙 1차전’(대선)을 확정지을 ‘재격돌 2차전’(지방선거)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청와대 이전’은 여러가지 비판의 소지가 있기에 민주당 입장에선 지방선거용 호재입니다.

8.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입장변화는 물러나는 대통령의 정권인계라기보다 민주당 강경파의 선거전략 같습니다.
문재인 청와대가 늘 그래왔듯이..
〈칼럼니스트〉
2022.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