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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바꾼다” 현대차‧기아‧쌍용차 ‘군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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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고 자동차 매매단지에 매물로 나온 경유 화물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뉴스1]

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고 자동차 매매단지에 매물로 나온 경유 화물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중소벤처기업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17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자 완성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17일 “중고차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며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가로막던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완성차 제조사는 줄줄이 중고차매매 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가장 진도가 빠른 건 현대차다.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중고 자동차를 보관·전시하는 부지를 확보하고 지방자치단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대차는 이미 지난달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2000㎡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중고차 매매업 허가까지 받았다.

지난 7일엔 중고차 사업 방향까지 공개했다. 5년 이내, 주행거리가 10만㎞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만 사들인 후,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중고차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앙일보 8일 경제 1면

중고차 매매 시장 규모별 국내 완성차 제조사의 예상 점유율. 그래픽 김경진 기자

중고차 매매 시장 규모별 국내 완성차 제조사의 예상 점유율. 그래픽 김경진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길 열려

기아는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신청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와 맞물려 허가가 보류 중이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으면 즉시 사업 개시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현대차·기아와 비슷한 인증중고차 방식의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기아와는 별도로 웹사이트·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쌍용차도 내부적으로 최대한 이른 시일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는 10년 이상 타는 소비자 비율이 많은 편인데 이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방식은 인증중고차 방식이 될 확률이 있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완성차 제조사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GM은 “중고차매매업과 유관한 비즈니스의 사업성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라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시장 진출 계획이나 사업 방식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도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중고차 시장 진출은 아직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한 자동차 소비자 반응. 그래픽 김경진 기자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한 자동차 소비자 반응. 그래픽 김경진 기자

“부가가치 증대 계기 삼아야”

지금까지 한국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 시장’으로 꼽혔다. 판매자는 차량 정비 이력이나 사고 유무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차량 구매자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중고차 시장 진입 자체를 규제하면서 폐쇄적인 시장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권용수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상법학) 교수는 “후진적인 한국 중고차 시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진입 장벽을 철폐하는 등 경쟁을 촉진할 때만 가능하다”며 “그런 점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한 이번 결정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완성차 업계 중고차 시장 진출 검토 현황. 그래픽 김경진 기자

완성차 업계 중고차 시장 진출 검토 현황. 그래픽 김경진 기자

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도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반박도 있다. 지해성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신차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까지 장악하면서 독과점 문제만 더해질 것”이라며 “중고차 시장의 문제 때문에 대기업 진입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허구”라고 비판했다.

황상규 대한교통학회 종합교통연구센터장은 “그간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대기업이 들어오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오히려 중고차 시장 성장을 저해한 측면이 있다”며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계기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제조·유통부터 운송·관리까지 가치사슬 단계별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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