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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갈등 사이에 선 MB사면…찬성 46.4% 반대 49.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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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참여연대는 15일 “이명박의 사면 논의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며,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국민통합이 아니라 법과 원칙 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윤 당선인 측은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시민단체 등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이 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반대하는 글이 게시 하루 만에 9만1000여명(16일 오후 5시 30분 기준)의 동의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통합과 갈등 사이의 특권, 사면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통령의 특권인 사면권은 정권 교체기엔 항상 논란이 됐다. 주요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국민의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다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번 사면 논의도 예외는 아니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소식을 알리면서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두 사람의 오찬이 결렬되면서 사면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통합의 시작” vs “분열 키울 것”

지난 14~15일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 요약본. 이충상 교수 제공

지난 14~15일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 요약본. 이충상 교수 제공

시민들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린다. 직장인 박모(28)씨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한다면 갈라진 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대학생 최모(25)씨는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계속 둔다고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법이 지엄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이뤄져도 허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25)씨는 “대학교 다닐 때 촛불집회에 나갔다. 역사를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사면이 되면) 무력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면에 찬성하겠느냐. 통합을 위해 들고 나온 사면이 오히려 국민 분열을 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론도 팽팽하게 갈린다.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4~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은 46.4%, 반대는 49.1%였다.

현재와 미래 권력의 합의가 갈등 줄여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통합과 갈등의 양면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사면권 행사에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기 말 사면이 적절하냐는 논의가 반복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이 측근을 대상으로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 때문”이라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은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당선인이 협의해 사회 갈등을 줄였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사면권을 행사하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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