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혐오 부추긴 선거 실망"…여고생 '첫 대선 로망' 산산조각 났다

중앙일보

입력

“이번 대선은 비방과 신경전이 유독 심했다고 생각해요.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도 있었고요. 첫 투표였고 대선이었는데 실망이 컸어요. ‘로망’이 깨진 거죠.”

고등학생 유다은(18)양은 지난 9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기표소에 들어서기 전부터 실망이 앞섰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 임한 투표였지만, 훌륭한 공약도, 건강한 비판도, 최선의 후보도 없던 ‘3無 선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첫 대선 투표의 로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20대 대선에서 생애 첫 대선 투표를 한 유권자들의 투표 인증샷 모습. 왼쪽부터 고등학생 유다은양, 대학생 김민서씨, 대학생 조희빈씨의 투표 인증샷이다. 사진 본인 제공

20대 대선에서 생애 첫 대선 투표를 한 유권자들의 투표 인증샷 모습. 왼쪽부터 고등학생 유다은양, 대학생 김민서씨, 대학생 조희빈씨의 투표 인증샷이다. 사진 본인 제공

이번 대선은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아진 이후 처음 치러진 대선이었다. 2004년 3월 10일생까지 투표권이 주어졌다. 유양을 비롯해 만 18세가 된 고3학생의 일부가 투표에 참가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는 14~15일 이번 대선에서 처음 투표한 ‘새내기 유권자’ 10명을 전화로 만났다. 이들은 선거 과정이 설렘보다 실망이 컸다고 입을 모았지만, 당선인을 향해서는 “미래를 위한 정치를 펼쳐달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대선 로망 깨져…찍으면서도 찝찝”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당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당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청년들은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에, 공존보다는 갈등에 매몰된 선거에 실망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김지원(19)씨는 “응원하는 후보가 없어 차악을 뽑으려니 투표를 하면서도 찝찝한 감정이 들었다. 절망스럽고 슬펐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최모(19)씨는 “원래 정치가 이런 건가 싶었다. 학교에서 배운 정치랑 너무 달라 놀랐다”며 “논란이 너무 많아 누가 당선돼도 국가를 맡기기엔 부족한 선거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책임감에 손 무거웠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커피전문점에 마련된 북가좌제2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커피전문점에 마련된 북가좌제2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투표장으로 향한 이유를 묻자 “책임감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교생 심명우(18)군은 “부모님이 투표하는 것만 보다가 제가 직접 하니 새로웠다”며 “투표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한 표를 던진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사전투표 첫날 오전 6시부터 투표하러 줄을 섰다는 대학생 노모(19)씨도 “성인이자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한 것 뿐”이라며 “도장을 찍는데 책임감 때문인지 손이 무거웠다”고 웃었다.

청년들은 투표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라는 유권자가 존재함을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면서다. 대학생 김민서(18)씨는 “군소정당 후보를 택하더라도 그게 제 선택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첫 투표인만큼 소신껏 뽑았다”고 했다. 대학생 김지원(19)씨는 “어른들은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쉽게 말하는데 그 편견을 깨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당선인에 바라는 것…“갈등 멈추고, ‘생존 걱정’ 안 하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당선증을 청년보좌역에게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당선증을 청년보좌역에게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만 18~20세의 청년 유권자가 바라는 건 성인 유권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업난과 폭등한 집값 등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존 걱정’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심군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집값 얘기밖에 안 나온다. 일해서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등을 멈추고 소외된 이들을 봐 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재수생 박세빈(19)씨는 “요새 사람들을 보면 집단을 가르고 상대 집단을 무너뜨리려고만 하는 것 같다. (윤 당선인은) 국민이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짚었다. 대학생 조희빈(19)씨는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만 기회가 쏠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든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모(20)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잘’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씨는 “투표소에 가보니 참관인에 진행요원에 정말 많은 사람이 있더라. 그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국민의 대표를 뽑았다. 그 만큼 윤 당선인이 앞으로 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