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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한국 GDP 넘어섰다" 中 경제 성장의 전진기지, 광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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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중국 광둥(廣東)성의 지역총생산(GRDP)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광둥성 통계국에 따르면 광둥성의 2021년 1~3분기 GRDP는 8조8000억 위안(약 1707조 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 GDP 1530조 원보다 200조 원 가까이 더 많다. 인구가 1억2601만 명이라 1인당 GDP는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정도를 빼면 한 국가의 지역 단위가 한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경우는 광둥성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견인차가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灣區)다.

광둥성은 어떤 곳인가. 중원인 화북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예로부터 중앙 정부에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다.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자 많은 한족이 광둥성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보통화로 불리는 북경어가 만주족 등 북방 민족 언어와 상당히 융합된 반면 광둥어는 고대 중국어가 잘 보존돼 있다고 평가받는다.

2000년 4월, 선전증권거래소

2000년 4월, 선전증권거래소

바다와 접한 광둥성 사람들은 해양 세력과의 무역으로 일찍부터 부를 키워왔다. 동남아시아와 홍콩, 마카오 등지에 진출해 부를 쌓은 화교들 대부분이 광둥 출신이었다. “현금 회전이 느린 일은 일이 아니라 취미 활동으로 여긴다”라는 말은 광둥인의 계산적이고 실용적 성격을 보여준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광둥성은 자연스럽게 중국 경제 성장의 전진기지로 활약했다. 

선전(深圳)과 광저우(廣州)를 중심으로 한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이 중심이었다. 이곳에서 외국 기업들의 직접투자를 유치해 값싼 노동력으로 저부가가치 제품을 제조·수출했다.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은 2017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웨강아오대만구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했다. 웨(粵)는 광둥성,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대만구(大灣區)는 대규모 연안 지역이라는 의미다. 광둥성의 선전, 광저우, 주하이(珠海), 포산(佛山), 중산(中山),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 장먼(江門), 자오칭(肇慶) 9개 도시에다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해 더 큰 범위의 경제 대구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내적으론 베이징·톈진(天津)·허베이(河北)성 수도권을 통합 발전시키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 상하이(上海)·저장(浙江)·장쑤(江蘇)·안후(安徽)성 등 창장(長江) 삼각주 지역을 하나로 묶은 ‘창장 삼각주 일체화 계획’과 함께 중국의 3대 국가급 지역경제 통합 사업이다.

광둥(廣東)성 선전 중심업무지구(CBD) 전경

광둥(廣東)성 선전 중심업무지구(CBD) 전경

대외적으론 미국의 뉴욕만과 샌프란시스코만, 일본 도쿄만 같은 세계적 해안 경제권과 경쟁한다. 주장 삼각주 경제권이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아시아 신흥 공업국과 경쟁했던 것과의 차별점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필수 경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일본·대만의 교차로이기도 하다.

웨강아오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정부는 홍콩-주하이(광둥성)-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와, 광저우-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이로써 이 지역 도시들은 일일생활권에 들어섰다. 주장 삼각주 9개 도시를 잇는 경전철도 건설됐다.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마카오~홍콩~주하이를 연결하는 55km 구간의 세계 최대 해상대교다.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마카오~홍콩~주하이를 연결하는 55km 구간의 세계 최대 해상대교다.

웨강아오 프로젝트는 제조업 중심이던 기존 주장 삼각주 경제권을 넘어 하나의 완결된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을 조성한다.

광둥성은 기존 제조업에 로봇, 인공지능, 의료, 통신 등 첨단 ICT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 금융 허브인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 중심도시 역할을 한다. 선전과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시스템인 선강퉁(深港通)은 출범 5년 만인 지난해에만 9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누적 42조 위안(약 8156조원) 거래량을 달성했다. 마카오는 관광·서비스 허브이자 브라질 등 포르투갈어 경제권과의 교류 중심지다. 미국 등 서방과의 다층적·구조적 경쟁에 돌입한 시진핑 정부는 자급경제·자력갱생을 모색하고 있다. 웨강아오대만구는 그 시범모델이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 광둥성에 둥지를 틀고 값싼 인건비를 통해 짭짤한 이윤을 남겼다. 하지만 인건비 메리트는 한참 전에 사라졌다. 중간재와 소재 제품을 이곳에 팔 수 있었던 기술력 우위도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웨강아오 지역이 하나의 자족적인 경제권을 완성한다면 중국의 일부가 아니고 홍콩과도 다른 성격의 경제 교역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중앙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이 지역 성향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의 새로운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떠오르는 웨강아오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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