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손가락질' 안 받아 본 사람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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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너의 탓' 정권인가.

청와대가 10일 "집값 폭등은 건설업체.금융기관.언론 때문"이라고 지목하면서 "청와대가 또 남 탓만 하느냐"는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번엔 야당의 거센 비판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또 너의 탓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정부의 '너의 탓' 주장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투정'의 역사는 정부 탄생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상은 언론.야당.보수세력.부동산 부자 등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국민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그중 가장 빈번하게 '너의 탓' 대상에 오른 것은 언론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03년 2월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어두운 경기를 거론하며 위기를 확산시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다"며 '언론 탓'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언론이 경기불안 심리를 부추긴다는 주장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노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인사와 측근들까지 나서 '너의 탓' 대열에 합류했다.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2003년 5월 한 라디오 프로에 나와 "갈등조정 기능을 해야 할 언론이 이것을 증폭시켜 위기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였다. 서서히 노 정부의 '너의 탓'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즉각 반발했다. 당시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왜 지지층마저 노무현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는지 반성해 보라"고 일갈했다.

이후 "언론사들이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 경기 부양을 하라고 볶아댄다"(2004년 9월.이해찬 전 총리)거나 "일부 언론이 북 미사일 보도와 관련해 국익에 대한 전략적 고려 없이 번번이 정부를 흔든다"(2006년 6월.서주석 전 청와대 안보정책수석)는 등의 '언론 탓'은 그래도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 중반에 이르면서 '너의 탓'의 불똥은 국민에게까지 튀었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05년 8월,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고, 국민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지도자 문화에 빠져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 모독'이란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청와대는 "발언 취지가 와전됐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부동산 부자' 등 기득권 세력도 '너의 탓'의 단골 메뉴였다. 노 대통령은 2005년 8월, "부동산 정책이 역대 정부에서 실패한 이유는 저항 때문인데 문제를 가장 많이 제기하는 사람이 부동산 부자들"이라며 특정 집단을 지목했다.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6월 "사학법을 볼모로 민생법안을 방치하는 것은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며 한나라당을 몰아세웠다.

신용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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