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로 933명이 비밀투표로 뽑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조용기 목사(왼쪽)·이영훈 목사(오른쪽).

등록신자만 75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 단일교회인 여의도 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가 '포스트 조용기' 시대의 주인공을 '민선'으로 뽑았다. 12일 오후 제2교육관에서 임시 당회를 열어 이영훈(52) 미국 나성순복음교회 목사를 제2대 담임목사 최종 후보로 선출한 것이다.

장로들의 두 차례 비밀투표에 의한 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 선출은 한국 교회사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동안 상당수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 직이 자식에게 세습되거나 사실상 전임자의 뜻에 따라 결정돼온 관행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교회 목회자들이 조 목사에게 "정말 후임을 투표로 뽑을 계획이냐? "고 여러 차례 물었을 정도로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이와 관련, 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장은 "조 목사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우리 교계에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 이 같은 선출방식은 의미가 크다"며 "담임목사 임명에 합리적 절차를 도입하려는 교회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선출 과정과 배경=8월 담임목사 선출을 위한 제도개선위가 구성된 지 3개월간의 장정에는 조 목사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규원 순복음교회 홍보실장에 따르면 조 목사가 "교회의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담임목사가 하향식으로 임명되면 교회가 분열될 우려가 있다"며 제도개선위 구성 등 투명한 선출 방식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결정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 목사가 당초 만 70세에 담임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교회 내부에서 계속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 교회 '공동의회'는 '담임목사 5년 시무연장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진통 끝에 조 목사는 올 1월 "임기를 3년만 연장하고 후임 목사를 선출해 공동목회를 한 뒤 2009년 2월 물러나겠다"며 이 같은 절차를 밟게 됐다.

이후 순복음교회는 23명의 장로로 제도개선위를 구성해 담임목사 인선작업에 들어갔다. 당초 젊고 유능한 목회자를 외부에서 구하려 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교회 내부에서 찾기로 하고 연령, 목회 경력 등을 저울질해 7명의 후보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 목사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7인의 예비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는 1차 투표를 한 지난달 29일 운영위원회에선 특정인 지지를 밝히지 않으려 퇴장하기도 했다. 12일 임시 당회에서도 조 목사는 "세 명의 후보자는 모두 누가 당선되더라도 교회를 잘 이끌어갈 훌륭한 목회자"라며 "성령의 음성을 듣고 투표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성희 기자

◆ 이영훈 목사=이 목사는 순복음교회 장로회장을 지낸 부친(고 이경선 장로)의 영향으로 주일학교부터 순복음교회와 인연을 맺었으며 연세대 신학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 신학과, 한세대 신학과를 졸업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미국 템플대에서 교회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제신학연구원장 시절(1992~98년) 조 목사가 '순복음 신학'을 정립하는 데 일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순복음도쿄교회 담임목사, 국제신학연구원장, 한세대 교수, 미국 베데스다대 학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7월부터 LA나성순복음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해오고 있다. 이 목사는 내년 초께 귀국해 순복음교회에서 목회일을 시작해 '서리'로 2년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조 목사가 은퇴하는 2009년 2월 담임목사 직을 잇게 된다. 이에 앞서 교회에 등록된 20세 이상의 침례교인들로 구성된 '공동의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여의도순복음교회=조 목사가 58년 장모인 최자실 전도사와 함께 서울 은평구 대조동 천막에서 교인 5명으로 시작한 뒤 비약적으로 성장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현재 수도권에 대형 교회 규모의 지성전(支聖殿) 21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예산이 1600여억원에 이른다. 창립자인 조 목사는 2009년 은퇴 후에도 '원로목사'로서 정기적으로 설교를 하는 등 후임자를 뒷받침하며 재단법인 국민일보 이사장,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세계선교기구인 DCEM 총재로 국내외 선교에 주력할 예정이다. 김규원 홍보실장은 "2009년까지 교회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단지 현재 부목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일상적 운영이 '서리' 중심 체제로 점차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