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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이젠 쉽게 못한다, 소액주주 보호장치 의무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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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1월 한국거래소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뉴스1]

지난 1월 한국거래소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뉴스1]

“껍데기만 남은 것 아닌가요?”

LG화학의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소액주주의 불만이 여전하다.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상장 이후 ‘지주사 할인’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때 100만원을 넘었던 LG화학 주가는 물적분할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4일 기준 53만4000원까지 밀렸다. 52주 최저가 수준이다.

물적분할은 모(母)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신설회사로 만들고, 신설한 자(子)회사의 주식 전부(100%)를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분할 제도다. 지배주주 지분이 희석되지 않아 경영권을 지키며 신사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기존 모회사의 핵심사업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기존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기업이 자회사 상장 등 물적분할을 하려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최근 상장회사가 물적분할 등 소유구조를 변경할 때 주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며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는 소유구조 변경 시 소액주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대하는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등을 스스로 마련해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넣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주와의 의사소통 관련 항목에 소액주주와의 소통 사항을 추가해 기업이 소액주주에게도 기업의 중요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상장기업이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원칙을 지켰는지 공시하고, 미준수 시 해당 사유를 설명하도록 해 자율적으로 경영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계열 기업과의 내부거래와 경영진·지배주주 등과의 자기거래에 대한 정보공개 및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포괄적 이사회 의결이 있는 경우, 그 내용과 사유를 주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관련 내용도 강화한다. 현재는 상장기업이 정관상 대표이사의 선임절차만 나열하는 등 형식적 기재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CEO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을 문서화해 기재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대상이 확대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017년 3월 도입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상장기업이 기업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이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설명하도록 해 자율적으로 경영 투명성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그동안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만 의무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올해 보고서 제출 기업 수는 기존 175곳에서 265곳으로 늘었다.

한편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3~4월 가이드라인의 주요 개정사항에 대한 안내와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6~9월 개정 내용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허위 공시·공시 누락 등의 경우 정정 공시 요구나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벌점 등의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다.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은 오는 5월 말부터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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