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KB의 '인도네시아 드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후원 요청이 들어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간 교류 확대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후원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은행이 영어나 중국어 등 인기 언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 콘테스트를 후원한 이유가 뭘까요. 국내에서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치는 대학이라고는 한국외대와 부산외대 두 곳에 불과하고, 인도네시아 밖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쓸 일이 전혀 없는 언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언뜻 생뚱맞은 후원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여기엔 국민은행의 야심만만한 해외진출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올 9월 제주도 세미나에서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은행에서 아시아 선두은행으로 발돋움을 시작했다"며 "씨티은행 등 세계 정상급 은행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틈새 시장에서 현지 주민을 상대로 소매금융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은행은 2003년 말 인도네시아 은행업계 6위인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은행'의 지분 14.22%를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국민은행이 인수를 추진 중인 외환은행이 국내 은행으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로선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되지 않아 소매금융 시장이 발달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억2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대국입니다.

강 행장은 "전체 인구 중 1%만 잡아도 220만 명이나 되는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며 "당장 1%의 상류층을 상대로 영업해도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데다 현지 시장을 선점하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