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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사탄의 무기’까지, 민간인이 쓰러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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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거주 지역을 공격하며 어린이를 포함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제네바협약에서 금지한 ‘사탄의 무기’라는 별명의 열압력탄(진공폭탄) 등 무차별 살상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주춤하던 러시아가 병력과 무기를 보강해 전면 공세로 전환하면서 희생자 급증이 우려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닷새째인 이날 수도인 키예프와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선 러시아의 파상적 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하르키우에선 미사일과 다연장로켓포 공격으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의 소방대원들이 1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무너진 시청 건물에서 희생자를 옮기고 있다. 140만 명이 사는 이 나라 제2 도시인 이곳에선 러시아군이 미사일과 다연장로켓 등을 동원해 민간인 거주 지역 등을 대대적으로 포격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의 소방대원들이 1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무너진 시청 건물에서 희생자를 옮기고 있다. 140만 명이 사는 이 나라 제2 도시인 이곳에선 러시아군이 미사일과 다연장로켓 등을 동원해 민간인 거주 지역 등을 대대적으로 포격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제네바협약이 금지한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1일 워싱턴포스트(WP)도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주거지에 ‘무차별 살상용’ 집속탄 공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지난주에도 하르키우를 포격했지만, 인구 밀집 지역은 피해 왔다”며 “침공 닷새째인 지난달 28일부터 공격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서 공격용 무기를 사용하면서 민간 인프라 파괴와 인명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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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텔레그램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10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쳤다”며 “이건 전쟁이 아닌 살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피소에서 마실 물을 찾아 나온 주민 4명이 숨졌고,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일가족 5명이 탄 차가 미사일에 맞아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페이스북에 “수도 키예프에서도 오후 7시쯤 5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폭격당했다”며 “매몰된 주민 2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러, 2차 파병 64㎞ 행렬 … 키예프 포위, 시가전 가능성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지난달 28일 자동차들이 장애물 앞에 정지해 방위 요원들의 검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지난달 28일 자동차들이 장애물 앞에 정지해 방위 요원들의 검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무부는 체르니히우의 상가와 주거지도 이날 오전 2시부터 포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비디오 성명에서 러시아의 하리코우 주거지역 포격에 대해 “국가 주도 테러”라고 규탄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지난달 24~27일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102명이 사망하고 304명이 다친 것으로 보고됐다”며 “실제 사상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가입을 공식 요청했으며,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에 대한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보냈다. 러시아 항공기의 진입과 공격을 막자는 취지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28일 하르키우 민간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한 것은 침공 초기 KO승에 실패한 러시아가 최악의 공격을 가할 준비가 됐다는 걸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무차별 포격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은 1일 키예프 서부 공격을 재개하면서 그간 예비용이던 공중 전력과 중포 사용을 결정했다”고 진단했다.

벨라루스 남부 고멜에서 지난달 28일 약 5시간 동안 열린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적인 휴전과 크림반도·돈바스를 포함한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완전 철군을 요구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크림반도의 러시아 주권 인정과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중립지역화를 보장해야만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미 상업위성업체인 막사테크놀로지가 키예프 공격을 위해 64㎞나 늘어선 러시아군과 장비 행렬을 공개했다고 CNN 등이 28일 보도했다. CNN은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러한 러시아군의 2차 전력 증강을 ‘압도적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포위해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일 “우크라이나 국경에 잘 훈련된 신속전개군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루카셴코는 이날 열린 안전보장회의에서 “벨라루스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독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2 AG가 파산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파이프라인 건설에 110억 달러(약 13조원)가 투입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최대주주인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이날 정부 회의에서 “러시아 자산 이탈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대통령령을 준비했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를 제한할 방침을 밝혔다. 미슈스틴 총리는 이 조치가 루블화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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