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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꼬이나'…우크라이나 사태에 긴축 셈법 복잡해진 파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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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험과 리스크와 들썩이는 물가를 동시에 마주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준금리 셈법이 복잡해졌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험과 리스크와 들썩이는 물가를 동시에 마주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준금리 셈법이 복잡해졌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불붙은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결단의 시간을 앞둔 상황에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란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자칫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서 긴축 속도를 높였다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누르지 못한 체 경기 회복세에 찬물만 끼얹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유가 급등

국제유가추이(2.2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제유가추이(2.2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는 3월 이후 Fed의 금리 인상 전망이 불분명해졌다”며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 인플레이션의 촉매제가 되고, (에너지) 가격 오름세는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파월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우려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을 전망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 '불씨'가 발등에 떨어지기 전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ㆍ3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4% 오른 배럴당 92.3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브렌트유(4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99.5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중 기준 2014년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잇따른 경제 제재로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고, 천연가스 최대 수출국이다. 구리와 알루미늄도 생산한다. 러시아 기업을 옥죄는 제재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원자재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긴축 속도와 폭이 중요해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노동부, FT]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노동부, FT]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에 파월과 Fed의 셈법은 복잡해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파월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의 엑셀을 세게 밟았다간 유가 등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움츠러든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30~40센트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를 끌어 올린다”며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통화 정상화 계획은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유가 급등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Fed가 긴축 속도를 확 높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마저 진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다음 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월가의 전망이다. 부르스 캐스먼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위기 때문에) Fed가 당장 오는 3월부터 금리 인상 추세를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월가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 교수는 2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연준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별개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강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미국의 물가 오름세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5% 올랐다. 1982년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다. 같은 달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역대 최고 수준인 9.7%(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다음 달 발표된 2월 CPI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미국 경제 성장률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경제 성장률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빅스텝 가능성 28.8% 낮아져  

다만 단번에 0.5% 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전망은 낮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22일(현지시간) 추산한 0.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28.8%로 지난 10일(93.7%)보다 크게 낮아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Fed가 다음달 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0.25%포인트 인상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는 23일 2700선을 지지하며 횡보했다. 한국거래소에서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47% 오른 2719.53에 장을 마쳤다.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0.9원 내린(환율 상승) 1193.6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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