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중 기술경쟁 6ROUND] 라운드 6: 녹색에너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ROUND 6: 녹색 에너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녹색 에너지 분야로까지 번진다. 벨퍼 연구 보고서는 미국이 지난 20년간 녹색 에너지 기술의 ‘주요 발명가(primary inventor)’ 였으나, 중국이 기술 응용과 에너지 생산 면에서 미국을 앞서며 녹색 에너지 공급망의 여러 고리를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21세기의 녹색 에너지는 20세기 석유처럼 전 세계에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변화는 이미 금융시장에서 목격됐다. 골드만 삭스는 2020년 청정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500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향후 10년간 16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신규 투자 예상액의 3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회장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CEO 서한에서 "기후 변화가 기업의 장기적 전망과 가까운 미래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EU 기후 행동위원회는"청정에너지 전환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미래에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녹색성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저명한 에너지 전문가 다니엘 예긴(Daniel Yergin)은 "녹색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중국제조 2025'* 목표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제조 2025’의 10대 중점 육성 산업 분야는 ①차세대 정보기술 ②제어 공작기계와 로봇산업 ③우주항공 장비 ④해양 엔지니어 설비와 고도기술 선박 ⑤선진 궤도 교통 장비 ⑥에너지 절감 장비와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⑦전력 장비 ⑧신소재 ⑨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계 ⑩농업 기계장비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녹색 및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기술과 장비를 널리 보급해 산업구조와 생산방식 등의 부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달성을 위해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중국은 녹색 에너지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원자재 확보, 에너지 생산 및 저장 면에서 미국과 다른 나라를 크게 앞서고 있다.

2000년 당시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 점유율 1% 미만이던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점유율은 2000년 30%에서 오늘날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또한 전 세계 10대 풍력발전 터빈 제작 업체 중 4곳이 중국 업체이며, 이들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40%에 이른다. 반면 미국 업체의 점유율은 12%에 그친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생산국이다. 국제 재생에너지 기구(IRENA)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미국보다 3배 많은 태양광 에너지와 2배 많은 풍력 에너지를 생산한다.

[사진출처=John Simmons]

[사진출처=John Simmons]

중국은 녹색 에너지 생산과 직결된 녹색 광물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태양광 설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도 60% 점유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과 코발트의 점유율도 각각 50%, 80%에 달한다.

녹색 광물의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은 해외에서도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장 큰 코발트 광산 14개 중 8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또한 중국 최대 리튬 생산 업체 티앤치(天齊)는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인 호주 그린 부시(Greenbushes) 광산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다.

호주 그린 부시(Greenbushes) 리튬 광산 [사진출처=Talison Lithium]

호주 그린 부시(Greenbushes) 리튬 광산 [사진출처=Talison Lithium]

이에 반해 미국은 자국에서 필요한 리튬의 40%, 코발트의 80%, 흑연의 100%를 수입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벨퍼 연구 보고서는 미국이 녹색 광물 확보에서 중국을 따라잡는 데만 20~3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았다.

에너지 저장면에서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원료 정제의 80%, 셀 용량의 77%, 부품 제조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은 원자재 확보 및 가공 처리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산출한 2020년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공급망 지배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은 6위를 차지해 배터리 공급망 지배력이 중국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블룸버그 NEF는 앞으로 10년간 세워질 신규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의 75%가 중국에 세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가속하는 가운데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판매시장이다. 세계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CMG 중국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 차(연료전지차, 전기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352만 1000대로 집계돼 7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중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9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배 증가했다. 이 역시 세계 최대 판매량으로 미국의 5.5배, 유럽 전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수출 역시 증가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신에너지 차 수출량은 전년 대비 3배나 늘어난 31만 대를 기록했다. 상하이자동차(SAIC)를 예로 들면 유럽·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자체 브랜드 MG와 맥서스의 신에너지 차가 5만 대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2008년부터 정부 주도로 전기차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각종 보조금 정책과 전기차 생산 의무화 제도, 인프라 확충은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현재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비야디를 비롯해 ‘전기차 3인방’으로 불리는 샤오펑∙리오토∙니오, 상하이자동차·지리를 필두로 한 기존 완성차 업체, 바이두·샤오미·화웨이 등 빅 테크 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대응은 뒤처진 편이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미국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및 판매량은 중국에 훨씬 못 미친다. 전기차 인프라도 미흡하다. 벨퍼 연구 보고서는 중국의 전기차 충전소가 일찍이 100만 곳을 넘긴 데 비해 미국은 10만 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격차 해소 의지를 피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0일 바이든 행정부는 미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향후 5년간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벨퍼 연구 보고서는 중국에 맞설 미국의 우위가 ‘획기적인 혁신’에 있다고 보았다. 중국이 전 세계 녹색 에너지 응용 및 보급을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은 녹색 에너지 기술 혁신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는다.

탄소포집격리(CCS)기술 [사진출처=셔터스톡]

탄소포집격리(CCS)기술 [사진출처=셔터스톡]

미국은 탄소 중립 달성의 핵심이 될 탄소 포집 격리(CCS)기술의 선두주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S가 단일 기술로는 가장 큰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를 갖는 기술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벨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 포집 격리(CCS)기술 출판물을 발간하며, 전 세계 대규모 CCS 시설 중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다.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 스케이프(Quantum Scape)는 이전보다 안전하고 지속력이 강한 리튬 메탈 형태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는 mRNA 백신, GPT-3(학습형 대규모 자연어 컴퓨터 프로그램)와 함께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2021년 세상을 변화시킬 10대 혁신 기술’로 선정됐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1위는 여전히 미국의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녹색 에너지 분야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에너지∙자원의 무기화가 진행되는 흐름 속에서 미국과 중국은 필요에 따라 공조와 경쟁을 반복할 예정이다.

(끝)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자료: The Great Tech Rivalry: China vs the U.S. / Graham Allison, Kevin Klyman, Karina Barbesino, Hugo Yen

[사진출처=차이나랩]

[사진출처=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